제목 경제] 세계 금리인상 도미노 충격파 작성자 김방희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6980 등록일 2006/7/1 (11:44) [경제] 세계 금리인상 도미노 충격파 “미 FRB 금리 조정 일파만파… 금융불안 대비할 때” '경제’라는 자동차에는 ‘금리’라는 페달이 있다. 그런데 이 페달은 가속기(accelerator)와 감속기(brake)의 역할을 모두 한다. 이 금리라는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 올려 주면 경제라는 차는 속도를 늦춘다. 반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금리를 내려 주면 경제라는 차는 속도를 높인다. 통화주의자(monetarist)들은 이 페달이 대단히 민감하다고 본다. 그래서 운전자인 정부는 여기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운전자들이 자꾸 딴 짓을 하기 때문에 사고가 빈발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반면 케인스주의자(Keynesian)는 이 페달이 있으나마나 해서 별 쓸모가 없다고 한다. 현실세계에서는 금리라는 페달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고 양대 진영의 논리 가운데 어느 하나가 우세승을 거뒀다는 뜻은 아니다. 두 쪽 모두 상상할 수 없었던 현실요소에 기인한 일인 탓이다. 바로 금융시장의 국제화와 통합이다. 세계의 금융과 자본시장이 하나로 긴밀히 통합되고, 여기에 정보통신(IT) 기술까지 결합했다. 이 때문에 돈이 세계의 구석구석 흘러 다니기가 훨씬 쉬워졌다. 시간도 거의 걸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 돈값이 더욱 민감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돈은 돈값을 후하게 쳐 주는 곳으로 흘러가는 속성이 있어서다. 최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금리를 올렸거나 올리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화한 전 세계적 저금리시대가 본격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기는 1990년대 후반 금융시장의 혼란을 수습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유례없이 풍부해진 시기다. 금리인상이 가져온 美日 금융불안 기억해야 고도로 금융·자본시장이 통합된 상황에서 갑자기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바뀌면 금융시장과 경제의 혼란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큰 그릇에 곡식 알갱이를 놓고 돌리다 갑자기 방향을 바꿀 경우를 상상해 보면 쉽다. 예상되는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다. 투자 자금들이 위험이 있는 자산에서 더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즉, 주식이나 부동산에서 채권시장과 금융기관 예금 및 금으로,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또 주식의 경우도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옮아간다. 1980~90년대의 예를 보더라도 이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벌어질 때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시장 국가들, 또 그런 나라의 주식과 부동산시장에서는 거품 붕괴가 극적으로 벌어지고는 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급락이나 금융불안 상황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최근 전 세계 금융·자본시장이 끊임없이 요동치는 것은 미국의 금리정책이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어서다. 일단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물가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할 태세다. 그런데 정작 경제는 과열 기미를 보이는 대신 오히려 둔화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리인상으로 물가는 잡을지 몰라도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금리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만 생각하면 회복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금리를 높일 이유가 여전하다. 금리가 뛰면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옮아가는 것은 물론 부동산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부동산을 잡는 데는 유용한 수단인 셈이다. 빚 얻어 하는 재테크 경계령 불가피 금리정책과 관련한 각국 중앙은행의 오랜 고민이 다시 한번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물가와 경기 외의 다른 경제 목표를 위해 금리를 움직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이론적 답은 없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경험상으로는 부정적인 편이다. 예를 들어 1989년 말부터 1년 반 가까이 계속된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좋은 예다. 당시 금리정책을 주도한 이는 미에노 야스시(三重野康) 신임 일본은행 총재였다. 그는 거품을 빼는 소방수의 역을 주저 없이 수행했다. 이 기간에 금리를 무려 세 배나 올린 것이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부동산 가치가 20% 가까이 하락하는 꼴을 보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다(요즘 우리 경제관료들의 발언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말이다). 그러나 이 정책의 결과 일본 부동산 가격은 그 후 5년여에 걸쳐 20%가 아니라, 최고가의 무려 3분의 1까지 폭락하고 말았다. 1979년 말 취임한 미국의 폴 볼커 FRB 의장도 강력한 통화 환수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금리는 한때 17%대까지 치솟았다. 물론 당시 지나치게 많이 풀린 통화량 때문에 취한 정책이기는 했지만, 다분히 다른 정책 목표도 있었다. 당시 미국기업은 경쟁력 추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높은 금리가 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는 압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또 고금리는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 줄 해외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 그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1980년대 초반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졌고, 미국경제는 1980년대 전반 내내 심각한 불경기를 겪어야 했다. 물론 애초 기대했던 정책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이 조치는 다분히 부동산시장을 의식한 것이었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물론 중앙은행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 사실은 지방선거 민심과는 큰 관련이 없는 부동산세제를 둘러싼 여권 내 논란에서도 확연해지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부동산 문제를 이 기회에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혹여 그 목표도 이루지 못하고 다른 경제적 부작용만 커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장의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은 정부나 중앙은행에만 고민을 안겨 주지 않는다. 개인에게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자산 가격이 상승기에서 변동기로 옮아감에 따라 부동산과 주식 위주의 전통적 재테크에만 의존할 경우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더욱 나쁜 것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그랬던 것처럼 빚을 얻어 재테크를 하는 경우다. 금리가 예기치 않게 올라가면 빚 이자는 이자대로 늘고, 자산 가격은 폭락할 수 있어 이중의 곤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거품 붕괴의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언제나 안전지대처럼 여겨지던 우리나라도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이런 시기에는 수익은 비록 낮아도 더 안전한 예금이나 간접투자가 더욱 매력적이다. 줄지어 달리던 세계 각국의 경제라는 차들이 금리라는 페달을 밟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중앙은행, 그리고 개인의 현명함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할 때다. 김방희_생활경제연구소장 (riverside@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