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옷은 시대를 해석하는 수단이다” 작성자 뉴스윜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2943 등록일 2006/8/19 (1:1) “옷은 시대를 해석하는 수단이다” 'A Reflection of People' 미 패션 디자이너협회 신임 회장에 지명된 폰 퓌스텐버그 다이앤 폰 퓌스텐버그(59)는 지금까지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그 삶이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왕족과 결혼했고, 앤디 워홀 같은 예술가들과 친구로 지냈으며, 자신이 디자인한 드레스를 수백만 벌씩 팔기도 했다. 또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TV 홈쇼핑 채널에서 옷을 판매하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자신의 고급 브랜드를 다시 내놓았다. 요즘 폰 퓌스텐버그의 의상은 테리 해처에서 패리스 힐튼까지 신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그리고 최근 파리·로스앤젤레스·뉴욕 등지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얼마 전 패션업계는 그녀를 미국 패션 디자이너협회(CFDA) 회장으로 지명했다. 자신의 브랜드를 재개한 지 약 10년 만에, 그리고 뉴스위크 표지에 실린 지 30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뉴스위크의 A 크리스티안 진 기자가 인터뷰했다. 당신에 관한 기사에서 랩 원피스(1973년 퓌스텐버그가 처음 도입했다) 얘기가 빠진 적이 있나? 좋은 질문이다. 한동안, 아니 꽤 오랫동안 랩 원피스 얘기가 빠진 적이 없었다. 언젠가 내 묘비에도 새겨지리라 생각한다. 내가 뉴스위크 표지에 실린 지 30년이 됐다. 당시에는 대단한 일이었다. 그때 난 스물아홉이었다. 사람들은 내 나이를 믿으려 들지 않았다. 출생증명서를 확인해보기까지 했다. 유명 디자이너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가격대의 의상을 내놓았는데…. 현재 칼 라거펠트와 스텔라 매카트니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H&M(유럽의 대표적 중저가 기성복 브랜드)에서 일하는 이유는 뭔가? 당연히 일반 소비자들이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보기 때문이다. 또 디자이너들이 돈을 버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현재 내 브랜드의 판매망은 매우 좁다. 세계 각지의 최고급 상점들을 통해 아주 적은 양만을 판매한다. 현재 세계 패션의 수도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글쎄, 잘 모르겠다. 뉴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리도 물론 그렇다. 런던도 그렇고. 시장으로 따지면 두바이 등 아주 강력한 새 시장들이 떠올랐다. 그런 새 시장의 패션 사업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나이 드는 일’에 대한 생각은? 늙어간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일과 관련해 생각할 때 좋은 점은 내가 나이 들수록 내 브랜드가 젊어진다는 점이다.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내 고객층은 더 젊어진다. 좋지 않은 점도 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고 외모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외에는 모두 젊었을 때보다 더 좋다. 당신의 브랜드는 젊은 층에 인기다. 그렇다. 아주 뿌듯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활동을 중단한 채 유럽에서 몇 년을 보낸 후 1997년 미국 홈쇼핑 채널 QVC의 디자이너로 활동을 재개했다] 내 디자인이 좋은 반응을 얻을지 확신이 없었다. 제일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아주 많다. 어렸을 때는 이브 생 로랑을 제일 좋아했다. 지금은 존 갈리아노를 비롯해 재능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젊은 층에서는 누가 재능이 있나? 프란시스코 코스타가 훌륭하다. 또 나와 함께 일하는 네이선 젠든도 뛰어난 디자이너다. ‘심각한’ 질문 하나. 이렇게 험한 세상에서 패션이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 패션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그리고 패션은 사람들을 반영한다. 우리는 패션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험한 세상에 산다. 그러나 패션은 거대한 산업이다.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노란색이 유행하고, 또 느닷없이 군화가 유행하는 걸 보면 참 신비스럽다. 시대를 해석하는 매우 흥미로운 방법이다. 당신도 망사 스타킹과 하이힐을 많이 신은 적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 그물 스타킹을 많이 신었다. 하이힐은 지금도 신는다. 왜 CFDA 회장을 맡았나? 안 그래도 바쁠 텐데. 얼마 전 새 회장을 물색하는 책임을 맡았다. 적임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내가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협회에서 나를 원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 로비 같은 건 전혀 하지 않았다. 투표[폰 푸스텐버그와 디자이너 조셉 어바우드가 후보였다]를 한 뒤 협회에서 내게 그 자리를 맡아달라고 했다. 앞으로 계획은? 회원들을 신바람나게 하고 싶다. 협회는 회원들을 위해 존재한다. 회원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싶다. 협회를 거대하고 멋진 네트워크로 키울 생각이다. 디자이너로서 어려운 고비를 여러 차례 잘 넘겨왔다. 젊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정성을 담아 일하고 제품에 적절한 가격이 매겨지도록 해야 한다. 패션 디자인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분야다.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큰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성실하게 나아가야 한다. A. CHRISTIAN JEA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