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마오쩌둥 사후 30년…] 마오 숭배 그 배경과 의미는? 작성자 민귀식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3755 등록일 2006/9/11 (20:45) [마오쩌둥 사후 30년…] 마오 숭배 그 배경과 의미는? 어쩌지 못하는 불평등…마오 되살아나다 “중국의 잃어버린 ‘사회주의’ 꿈틀… ‘가난 대물림 말자’ 교육열"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온 중국 노동자들이 원자바오 총리가 연설하는 장면을 TV?지켜보고 있다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마오쩌둥이 냉전 체제 해체 이후 다시 부활 중이다. 이들 새로운 마오 숭배자는 혁명가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아니다. 다만 자본의 폭력성에 노출돼 빈곤으로 치닫는 사회적 약자들일 뿐. -------------------------------------------------------------------------------- 10년 전 처음 중국에 왔을 때 궁금한 것이 참 많았다. 처음부터 그랬는데 지금도 그것은 늘 끝내지 않은 숙제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개혁개방 이전 30년 동안이나 평균주의에 입각해 생활해 온 중국인들이 왜 그렇게 심한 소득 불평등 상태에 이르렀을까? 그들은 왜 불평등한 상황에 반항하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그리도 빨리 시장화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부패문제에는 왜 둔감하게 반응할까? 개방 20년 만에 왜 그렇게 금전만능주의에 빠지고 사회정의에는 무심할까? 그럼에도 사회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중국인들의 특질은 무엇일까? 거기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난 10년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안개 속의 물체 같다. 바람이 불면 잠시 제 모습을 드러냈다가도 다시 안개에 묻혀버리니 그럴 수밖에…. 그렇지만 잠깐 드러난 형체의 일부를 반복적으로 관찰하면서 퍼즐 조각 맞추듯 조금씩 중국을 캔버스에 그려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姓은 사회주의, 이름은 시장경제 첫 의문을 가지고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중국을 어떻게 부를까 하는 이름 짓기와 거기에 어울리는 별명을 찾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라는 성(姓)’은 사용하지만 ‘시장경제’로 확실하게 개명했고, 여기에 ‘중국 특색’이라는 약간 촌스러운 별명까지 붙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출석 점검 때는 성과 이름을 합쳐 부르지만 평소에는 이름만 부르는 것처럼, 중국도 평소에는 ‘시장경제’라는 이름만으로 불리고, 또 살아가고 있다. 개혁개방 이전 30년은 이름 없이 성만으로 살아왔으나 그 이후 30년은 가능하면 성은 빼고 이름으로만 불리기를 즐기고 있다. 그러다 이제 일부 층을 중심으로 그 성(姓)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앞세워 본격적인 사회주의 뿌리 찾기를 시작하고 있다. 일명 ‘신좌파’로 분류되는 지식인층과 문혁시대 기득권을 누렸던 일부 복고주의자가 그들이다. 여기에 시장화 이후 사회·경제적 약자로 전락한 광범위한 하위계층 사람들이 ‘사회주의’시대의 향수를 떠올리며 시장화의 폭력성에 맞서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도시와 농촌으로 구별되는 ‘2원 구조’에서 끊임없이 희생당한 농민과, 그 농촌을 떠나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수많은 민공(民工: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온 일용직 노동자)의 절망적 상황은 ‘사회주의 중국’의 건설자 마오쩌둥(毛澤東)을 그리워하고 칭송하게 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대장정 승리’ 70주년이자 문혁 시작 40주년, 마오 사후 30주년이며 저우언라이(周恩來)와 주더(朱德) 사후 30주년인 올해 유난히 ‘사회주의 정신’과 ‘사회주의 도덕’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제시한 정신 재무장운동인 ‘파롱파츠(八榮八恥: 여덟 가지 영광과 여덟 가지 수치)’ 학습운동이 올해 나온 것도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 그 가운데 마오에 대한 열기가 높아가고 있다. 가난한 인민에게 마오는 토지를 분배해 준 은인이며, 교육·의료·사회복지를 보장한 ‘이상사회의 실현자’로 등장한다. 그래서 마오에 대한 찬양과 숭배는 평등사회에 대한 동경이자 불평등에 대한 약자의 사회적 저항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세계 1위로 올라섰고 세계 3위의 경제규모로 거침없이 달려온 이때, 왜 세상을 뜬 지 30년이나 된 마오가 다시 되살아나는가를 분석하는 것은 시장화 이후 중국의 빛과 그림자를 보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쥐가 많아지면 고양이가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왜 마오를 숭배하는 사람이 늘어나느냐는 질문에 투박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한 농민의 대답이다. 또 ‘샤강(下岡: 최소한의 생활비만 보장받은 채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당한 한 도시노동자는 관료와 가진 자에 대해 더욱 직접적이고 적대적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만약 마오 주석이 다시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오른다면 100만 명의 탐관(貪官)은 자살할 것이고, 200만 명의 오리(汚吏)는 건물에서 뛰어내릴 것이며, 1,000만 명의 부패분자는 자수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거의 모든 사회병리현상은 한순간에 정리되고 인민은 의기양양한 생활을 할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대중을 분노하게 하는 부패와 불공정 게임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1999년 검찰에서 적발한 부패 건수는 13만여 건이고, 당 기율위원회에서 적발한 것도 13만2,000여 건 정도였으나 2005년에는 각각 15만여 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재직시 지속적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치렀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중국 관료사회에서 최고의 명언이라고 할 수 있는 ‘위에는 정책이 있다면, 아래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사실 중국의 부패는 체제문제의 차원을 넘어선 역사적 유산이기도 하다. 중국 속담에 ‘아무리 청렴한 지부(知府)도 3년에 은 10만 냥은 쌓인다’는 말이 있다. 이는 유사 이래 관직이 생기면서 부패가 있었고, 백성들은 부패를 비규격화된 하나의 제도로 인정하면서 지내왔음을 보여준다. 그것이 현재의 ‘콴시(關係)사회(인맥·학맥 등 관계를 중요시하는 풍토)’로 바뀌었을 뿐이다. 부패 고리를 비제도적으로 규정하는 이 콴시사회에서 부패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손실 규모를 보면 부패가 중국사회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말에 수긍하게 된다. 칭화(淸華)대 중국국정연구중심 주임 후안강(胡鞍鋼) 교수는 “관방통계로도 1999~2001년 10가지 주요 부패로 인한 경제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14.5~16.8%나 된다. 이는 매년 1조~1조3,000억 위안(元, 최소 130조 원 이상)이 넘는 액수”라고 밝혔다. 부패는 당연히 지하경제를 키우게 된다. 지하경제의 특성상 정확한 규모를 계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전체 경제규모의 20% 이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는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대량의 ‘지대’를 발생시켜 지하경제의 규모가 전체 경제규모의 40% 정도로 평가됐으나, 지상경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하경제의 상대적 점유율은 하락해 현재는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지하경제는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주요 요인이며, 부패의 온상이자 보호막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 이는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양극화로 인한 사회 모순의 심각성을 은폐하는 작용을 한다. 부패와 지하경제 그리고 탈세는 중국경제가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면 한솥밥을 먹으며 평등사회를 추구했던 ‘사회주의 중국’이 시장화로 옷을 바꿔 입으면서 각자 ‘자기 솥에 밥해 먹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솥단지 크기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소득불평등지수 급격히 악화 한마디로 갑자기 밥그릇 크기의 차이가 너무 커졌다. 이제는 작고 초라한 밥그릇을 들고 있는 사람이 진수성찬이 차려진 밥그릇을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며 같이 나눠 먹자고 하거나 아예 깨뜨리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부자들은 불안해 하면서 치안 강화를 요구하고, 가난한 자들은 불공정한 사회에 대해 불만이 넘쳐난다. 이미 소득 불균형이 사회적 불안을 상당히 심화하고 있다. 한 나라의 소득 불평등 정도를 계측하는 방법으로 흔히 ‘지니계수’를 사용한다. 보통 0.3 이하는 균형 상태, 0.4 이하는 합리적인 상태, 그 이상은 불합리한 상태, 0.6은 심각한 소득 불균형으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경계선으로 분류한다. 즉, 0.4는 소득 불평등의 경계선이고, 0.6은 남미 정도의 소득 불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개혁개방 후 고도로 발전한 상하이의 쇼핑타운. 중국이 개혁개방을 막 시작한 1981년의 지니계수는 0.29였는데, 20년이 지난 2000년에는 0.4를 넘어섰고 지금은 0.47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남미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회색소득’과 ‘지하경제’의 규모를 고려할 때 불균형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부정부패가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사회 불안정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시와 농촌의 소득 불균형 정도를 봐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도농 간의 불균형은 구조적으로 형성되고 있고, 도농 간의 격차가 그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의하면 도농 간의 소득비율이 1978년 2.57 대 1에서 2003년 3.23 대 1로 확대됐다. 중국의 도농 간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ILO가 조사한 36개국 가운데 도농 간 소득격차가 2 대 1을 넘는 나라는 3개국에 불과했는데, 그 중 하나가 중국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농 간 소비수준과 교육·의료·주택 등 복지분야의 격차다. 현재 도농 간의 소비수준 차이는 4 대 1 이상이다. 즉, 도시인의 평균 소비액이 농민의 그것에 비해 4배 이상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회색소득에 의한 소비까지 감안할 경우 그 차이는 6 대 1 정도에 이른다. 이렇게 큰 격차는 지니계수가 중국과 비슷한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드문 현상이다. 베이징(北京)과학기술기대 관리학원 바이진푸(白津夫) 교수는 “중국은 도농·지역·직업·계층 간 차이를 특징으로 하는 소득 불균형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특히 상위 20% 소득자가 전체 국민 재산의 60%를 차지하고, 최하위 그룹 20%의 소득액보다 무려 33배나 많다”고 지적한다. ‘신좌파’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불균형 상태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들은 중국역사의 특수성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먼저 중국에는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데 직접 참여했던 인민이 아직 많이 생존해 있다. 둘째, 젊어서 문화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여전히 잠재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셋째, 평균주의를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현재의 불공평은 너무 견디기 힘든 심각한 정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국가권력이 약화하거나 예상치 못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학자는 중국이 경제적 격차로 인한 사회폭등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그들은 중국의 사회구조가 자본주의 국가와 다르고 무엇보다 소득불균형은 도농 간의 격차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불평등에서 오는 폭발력이 약하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와 농촌 내부의 불균형을 각각 분리해 계산하면 지니계수가 0.4 이하라는 사실을 거론한다. 따라서 지역이 광대하고 도농 간의 결합도가 낮은 중국에서는 현재의 소득 불균형이 ‘사회폭동을 일으킬 정도’의 동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폭동 가능성을 작게 보는 인사들은 ‘병폐효과(屛弊效果)’ 논리를 앞세운다. 즉, 도시와 농촌 사이, 또 부유한 동부와 빈곤한 서부 사이에 병풍이 세워져 있어 부자와 가난한 자를 자연스럽게 격리하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충돌 가능성을 낮춘다고 주장한다. ▶인구 3,000만 명의 대도시 충칭의 길가에서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든 民工들이 카드놀이를 하며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병폐효과가 사회 안정에는 단기적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은폐하고 정부의 재분배정책 실행 의지를 약화하고 있다는 점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직도 ‘파이를 키워야 하는 단계’라며 ‘선부론(先富論)’에 방점을 찍는 형국이다. 민간경제 영역에서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자본의 논리상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가? 대답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재분배 정책의 핵심인 조세정책이 농민에게 훨씬 불리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농민의 수입 대비 조세부담률은 도시인의 그것에 비해 무려 9배나 높고 각종 명목의 잡비까지 합치면 그 비율이 무려 30배에 이른다는 것이 중국 경제학자의 주장이다. 이들은 국가의 조세정책이 도농 간의 수입격차를 더욱 확대한다고 비판한다. 인민대 농촌발전학원 캉샤오광(康曉光) 교수는 “조세의 재분배 기능에서 의료·교육·기초시설 등이 도시에 집중돼 생활의 질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상대적 박탈감과 문화적 소외감 절실 물론 중국정부가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삼농(三農: 농민·농촌·농업)’문제는 국가의 핵심 정책항목이다. 그 일환으로 중국정부는 2006년 1월1일을 기해 농업세를 전면 폐지했다. 이는 춘추시대 노(魯)나라에서 시작된 이래 2,600년간이나 지속된 가장 오래된 국세를 폐지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조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농업세 폐지로 도농 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농업세가 국가의 전체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농업세가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50년에는 39%를 차지했지만, 1979년에는 5.5%, 2004년에는 1% 이하로 줄었다. 그래서 농업세가 폐지돼 농민에게 돌아간 혜택은 1인당 연간 120위안 정도에 불과하다. 농업세 폐지가 일종의 상징적 조치 정도로 보이는 것은 지하경제로 인한 탈루 세액이 너무 크다는 데 기인한다. 그 규모는 작게는 전체 조세수입의 6%에서 많게는 25% 정도로 추산될 정도다. 실제 농민들이 정부에서 선전하는 것보다 농업세 폐지의 의미를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이것이 농촌문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육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려는 중국인들의 집념은 눈물겹다. 중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어린이들. 오히려 농민들의 요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차별받는 현재의 제도적 제약을 타파하는 것이고, 자녀들에게만이라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보장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제 농민들은 절대성장 과정에서 나타났던 상대적 불공평을 인내하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그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문화적 소외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자신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TV 드라마를 보고 별천지의 외부 소식을 접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된다. 때문에 이들이 마오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일부는 마오의 사진을 걸어놓고 경배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지겨운 가난을 내 대에서 끝내겠다’는 것은 모든 빈곤한 부모의 염원이다. 그리고 가난으로부터의 해방과 신분상승의 기회를 자식교육에서 찾는 것도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 시대의 ‘맹모’들이 지금도 온갖 수모를 받으면서 노점상으로 혹은 파출부로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자식의 학비를 위해 농한기에 도시로 나가 날품을 파는 수많은 ‘기러기 아빠’는 허름한 창고에서 수십 명씩 모여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겨울을 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평범한 일반 농가라면 토지에서 나오는 연간 소득이 5,000위안 정도인데, 시골 중학생 한 명의 교육비가 연간 3,000원 정도이기 때문에 농사만으로는 도저히 자녀교육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려는 그들의 집념은 눈물겹다. 중국인들은 교육·의료·주택을 넘기 힘든 ‘3대 큰 산’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의료문제는 아프지 않으면 되고, 주택은 비바람만 피하면 견딜 수 있다고 위안을 삼지만 교육문제만큼은 결코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의 중국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유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도 중국이다. 또 같은 대학에서 가난한 학생이 부자학생 방을 청소해 주고 시중을 들며 아르바이트하는 것이 현재 중국 대학의 자화상이다. 최근에는 같은 학과 동기에게 빨래까지 시키면서 편하게 생활하는 부잣집 학생에 대한 비난과 논란이 한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난한 학생과 그 부모를 절망시키는 것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까지 빼앗기는 현실이다. 이제는 돈으로 입학 점수를 공식적으로 사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푸젠(福建)성 장저우(휏州)시에서는 올해부터 인민폐 300만 위안 이상 납세한 개인기업가 자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20점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입시 만점이 600점 전후이고,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점의 가산점은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결정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장저우 시당국은 이 같은 조치로 올 상반기에 민간투자가 26.3%나 증가했고, 그중 민영 중소상인의 투자액이 72.9%나 차지한다며 이 정책을 밀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은 교육기회의 평등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조차 “교육도 경제에 봉사해야 한다”며 이 조치에 동조하면서 고액납세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군인 자녀에 대한 혜택이나 대만기업인에게 주는 혜택과 다를 바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그 같은 조치가 ‘돈과 성적의 거래’이며, 또 납세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일 뿐인데 경제활동과 무관한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하지만, 돈으로 모든 가치를 대신하는 대세를 막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는 이런 중국의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들은 중국의 교육이 이미 성적에 따라 기부금액을 달리하는 기여입학제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고, 공개적인 가산점 부여가 검은 거래보다 병폐가 오히려 덜하다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장저우 시당국의 조치를 두둔하고 있다. 그러나 장저우시의 조치는 돈을 내고 입학하는 기여입학제와 달리 고액납세자 자녀에게 시당국이 일률적으로 정책적 가산점을 준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정부권력이 교육현장에까지 빈부차별정책을 제도화함으로써 그것을 공공정책화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자본의 논리가 뼛속까지 파고들고 영혼까지 지배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베이징에만 130만 명이 생활하고, 전국적으로는 2억 명에 이르는 민공은 교육문제에서 이중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들은 도시에 자신의 ‘후커우(戶口: 신분등록증)’가 없기 때문에 자녀들을 정상적으로 학교에 보내지 못한다. 외지인인 민공의 자녀가 입학하기 위해서는 입학허가금과 도시 학생의 3배 정도의 등록금을 내고 다녀야 한다. 결국 외지인은 도시 학생과 외국 학생의 중간 정도의 학비를 내야만 학교에 다니는 또 다른 이방인인 셈이다. 의무교육이지만 무상교육은 결코 아닌 현실에서 민공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은 혼자의 임금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은 태어나면서 도시인과 농민으로 신분이 정해진 중국에서 농민과 민공이 겪어야 하는 많은 불공평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이들은 차별교육이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이들이 평등한 교육이 시행되었던 마오시대를 동경하고 마오를 그리워하는 것은 개인숭배가 아닌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왜 마오가 다시 살아나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혁과 개혁개방의 함수관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어떻게 개혁개방을 이른 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인간의 본능적 물질적 욕구 때문이었다고만 단정할 수 있는가? 물론 개방 전까지 평균주의적 사회주의를 비록 30년간 시행했지만, 많은 사람이 초기 자본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에 시장화 학습과정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도 강하게 작용한다. 이는 상하이(上海)에서 처음 주식시장이 문을 열 때 과거 주식투자 경험이 있던 노인들이 밤새 장사진을 치면서 주식을 사려고 했던 반면, 사회주의 시절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증명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요인은 문화혁명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봐야 한다. 문혁에 진저리를 친 대중은 개혁개방이라는 정반대의 길이 문혁의 아픔을 떨쳐버리는 첩경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개방 초기의 시행착오조차 문혁의 잔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문혁은 개방시대의 잘못을 덮어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자 감정의 배출구였고, 정책 오류를 대가 없이 버리는 쓰레기통이었다. 이는 ‘구부러진 것을 펴기 위해서는 반대편으로 힘을 줘야 한다’는 물리적 현상과 비슷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평균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평보다 효율을 강조하게 됐고, 부패도 성장을 위한 윤활유 정도로 묵인하는 상황이 계속되었으며, 콴시와 부정은 힘과 능력의 상징으로 대중의 질시와 더불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 문혁시기와 마오시대의 건강한 요소마저 전면적으로 부정되고 사회 전반의 타락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심해졌다. 사회의 이런 불건강성은 ‘좌파’들에게 사회주의의 건강성에 눈을 돌리게 했고, 문혁을 새로 평가하자고 요구하도록 했다. 또한 빈부격차는 하위계층으로 하여금 다시 마오시대의 공평성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분배정책을 강조하는 신좌파는 신자유주의파의 대외수출 위주의 개방형 정책을 비판한다. 또 신자유자들이 전가(傳家)의 보도처럼 들고 나오는 성장 수치에 대해서도 신좌파는 “GDP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줄이고 사람에 대한 관심을 높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또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경영대학원)을 미국식 자본주의 ‘정글법칙’의 판매원만 양성한다고 비판하며 ‘광메이학원(光美學院)’이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신좌파의 대표적 지식인의 하나인 중국사회과학원 줘다페이(左大培) 연구원은 “현재 일부 부류는 개혁의 기치를 이용해 자본주의로 복귀하려고 한다. 그것도 최악의 자본주의인 ‘외세에 둘러싸인 자본주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자신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재인식을 하게 된 신좌파는 그동안 중국이 서양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국이 충분한 국가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원래의 고유한 분배정책과 독자적 대외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는데, 이런 주장은 고도성장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군부의 젊은 엘리트들의 민족주의 성향을 자극하기에 아주 적절한 논리가 되었다. 미국의 독주와 중국 포위 전략에 불안해 하는 군부 엘리트에게는 소련과 미국에 당당히 맞섰던 마오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들은 냉전이 해체된 이후에도 마오 숭배가 퇴색하지 않도록 하는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마오시대의 공평분배의 긍정성을 강조하는 신좌파는 문혁시기에 좌파가 공자 사당의 편액까지 떼어 불살라 버리면서 비판했던 공자의 말을 인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공자가 말한 “가난한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것을 근심한다(不患寡, 患不均)”는 구절을 자주 사용한다. 마치 세월을 건너뛰어 공자와 마오가 악수하는 것 같은 장면이다. 신좌파 지식인들이 주로 마오의 사회주의 정신을 강조한다면 하위계층으로 분류된 일반 하위계층의 대중은 마오를 더욱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해를 대변해 주고 보호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의 대상으로 숭배한다. 마오를 추앙하는 중국인민의 눈에 마오는 공산당의 대표이자 정의와 진리의 화신이며 인민의 보호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마오는 단순한 개인 마오가 아니라 ‘인민의 마오’다. 즉, 마오는 이미 평등하고 공평한 사회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그려낸 ‘형상화된 이미지’인 것이다. 그들은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사회보장 범주에서 배척된 사람들이다. 의료혜택에서 제외됐고, 주택 배급도 받을 수 없으며 도시에서 집을 장만할 가능성이 사라진 사람들이다. 도시인에 비해 몇 배의 학비를 내야만 겨우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의 장래도 보장할 수 없는 절망과 체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마오가 자신을 소작농의 신분에서 해방하고 토지를 분배해 주었는데, 개혁개방으로 인해 몇 뙈기의 토지가 별 의미 없이 돼버렸다고 믿는 가난한 농민이 마오시대가 행복했다고 그리워하는 것은 단순한 복고주의자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 1위안(약 130원)짜리 밀가루빵으로 저녁 끼니를 때우면서 길 건너편의 호화로운 호텔식당을 바라보는 민공의 눈에는 사회적 반감의 크기에 비례해 마오의 형상이 크게 비칠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마오가 냉전체제 해체 이후 다시 부활하는 것은 신봉자나 숭배자들의 이념 때문이 아닌 생존문제 때문임을 증명한다. 마오 숭배자는 혁명가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자본의 폭력성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다. 때문에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사회보장체제가 악화할수록 마오를 숭배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향수가 아닌 사회적 저항으로, 실천적 의미를 내포한 현상인 것이다. 마오 사후 30주년이 주는 교훈은 죽은 마오가 현 정책을 뒤엎을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을 이용해 산 사람을 억제하는 것이 중국의 오랜 관습이었음을 상기하면 마오의 혼을 빌려 저항하는 오늘의 이 현상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던져준다.      관련기사 [마오쩌둥 사후 30년…] 마오는 대륙의 ‘정신 원자폭탄’ [마오쩌둥 사후 30년…] 마오 신격화 어디까지 왔나?      민귀식_중국사회과학원 정치학 박사과정  [2006년 09월호] 2006.08.3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