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IT 핫 이슈] 포스트 빌 게이츠 시대, MS는 어디로? 작성자 이종천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3436 등록일 2006/9/11 (20:50) [IT 핫 이슈] 포스트 빌 게이츠 시대, MS는 어디로? 레이 오지의 손끝을 보라! “MS 미래 구도 궁금증 증폭…” 빌 게이츠 MS 회장이 2008년 7월 사실상 은퇴할 계획이라며, 자신이 맡아 온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 책임자’(CSO) 자리를 레이 오지에게 넘겼다. MS의 미래를 짊어진 레이 오지, 그는 누구인가? --------------------------------------------------------------------------------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았을까? 소프트웨어의 제왕 빌 게이츠(50)가 지난 6월 은퇴 스케줄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2년간의 퇴위기간을 거친 후 2008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에서 손을 떼고 자선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 왔던 소프트웨어 개발 지휘권은 레이 오지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수읽기에 뛰어난 전략가다. 유닉스 진영이 사분오열한 틈을 타 서버 운영체제 NT를 서버 시장에 진입시켜 판을 장악하는 놀라운 지략을 보여 줬다. 또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냉혹한 승부사다. 라이벌 넷스케이프를 자신이 이미 장악한 PC 플랫폼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고사시켰다. 폭 넓은 독서와 그가 쓴 두 권의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그에게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다. 그런데 은퇴를 운운하기에는 너무 젊지 않은가? 1955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하면 52세다. 그의 은퇴 선언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이 은퇴 수순은 하이에나에 쫓기던 사자가 짜낸 고육지책의 승부수처럼 읽힌다. 하이에나는 웹2.0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는 구글·야후·e베이 같은 회사들이다. 이 제왕은 자신이 기도문처럼 오랫동안 지켜 온 신념이 회사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웹2.0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도 게이츠는 컴퓨팅의 중심은 여전히 PC라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웹은 플랫폼으로, PC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러나 환경은 그의 신념과 달리 급변하고 있다. 웹은 놀라운 속도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수 읽기에 밝은 이 전략가는 이 수순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웹 2.0에 압박받는 윈도 기반 PC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MS에 걸려 있는 창업자의 주술부터 푸는 것이 먼저였을 것이다. 지금 MS는 PC 운영체제 윈도 성공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의 영광이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족쇄를 풀기 위해 창업자는 퇴진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수석 소프트웨어 건축가로서 자신이 하던 일을 물려줄 인물이 레이 오지여서 이런 생각이 설득력을 얻는다. 레이 오지가 MS에 걸려 있는 주술을 풀고 환골탈태의 기반을 마련하도록 자리를 비켜 주는 것이다. 게이츠는 지난 7월10일자 <포천>지 미국판에 이런 글을 실었다. “몇몇 사람은 소프트웨어에 바다와 같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빌(게이츠)은 이루지 못했지만 레이(오지)가 들어와 그 문제를 풀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레이는 사물을 보는 다른 방식을 MS에 가져왔다. 윈도의 라이브 플랫폼은 전적으로 그가 주도하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 30년 동안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꿔 온 인물이 벌써 이 무대에서 내려오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인 듯하다. 필자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를 읽다 밑줄을 그은 구절이 있다. “God has plans for you.(하나님은 너희를 위한 계획을 갖고 계시다.”(POCKET STAR BOOKS, 페이퍼백 551쪽) 자선사업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수백만 명의 헐벗고 굶주린 생명을 구제하는 숭고한 일이야말로 하나님이 게이츠에게 예비하신 계획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불세출의 천재를 자선사업에 오래 붙잡아 두지는 않을 것이다.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그의 역할이 끝났다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이츠가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은 경쟁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다른 말로 하면 위험이 큰 승부를 좋아하는 것이다. 자선사업에서 경쟁무대로 복귀하는 것은 레이 오지의 작업과 맞물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레이 오지는 어떻게 MS를 환골탈태시킬 것인가?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CEO)는 레이 오지를 영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발머의 표현에 따르면 지난 23년 동안 그를 고용하지 못해 안달을 했다. 게이츠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난 오지는 PC시대를 이끈 그의 역할로 인해 빌 게이츠·스티브 잡스(게이츠보다 9개월 앞서 태어났다)와 함께 컴퓨터 역사박물관 명예의 전당에 오를 인물로 거론되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납땜으로 온갖 종류의 위험한 회로를 연결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오지가 테크놀로지를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증대시키고 싶다는 열정을 갖게 된 것은 1970년대 대학에 다닐 때다. 메인 프레임 컴퓨터에 1,000개의 터미널이 연결돼 있는 ‘PLATO’라는 시스템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오지와 그의 친구들은 재미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오늘날 e메일, 인스턴트 메시지라고 말하는 것을 교환하면서 의사소통을 했다. 이 경험은 그의 상상력을 자극해 다음 30년간 ‘협동’을 가능하게 해 줄 소프트웨어를 쓰는 데 매달리게 한 것이다. 오지가 획기적 진전을 내놓은 것은 1980년대다. 첫 협동 소프트웨어로 크게 성공한 로터스 노츠(Lotus Notes)의 코드 350만 줄 중 100만 줄을 그가 혼자 썼다. 월드 와이드 웹이 나오기도 훨씬 전에 이 프로그램은 이미 ‘작업공간(work space)’을 제공했던 것이다. 게이츠는 이때부터 오지의 눈부신 성과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MS의 파트너에서 적이 된 IBM이 1995년 이 로터스 노츠를 35억 달러에 인수했을 때는 게이츠의 근심거리가 되기도 했다. 오지는 곧 IBM에서 나와 다시 다음 수준의 협동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분산 네트워크에 관한 새 아이디어를 사용했다. 이 접근 방식이 나중에 음악 공유 사이트인 냅스터가 채용해 유명해진 ‘피어 투 피어(peer-to peer)’ 교환 방식이다. 그러나 오지의 회사 그루브 네트워크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알아챈 사람은 많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게이츠다. 결국 지난해 4월 MS는 그루브 네트워크를 통째로 사들임으로써 그렇게 원하던 레이 오지도 데려올 수 있었다. 레이 오지에게 오랫동안 눈독들인 게이츠 <포천>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고위 경영진 15명을 긴급 소집했다고 한다. 구글·야후 같은 회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십 년 동안 해 온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함으로써 엄청난 돈을 벌고 고객과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검색, 사진 공유 같은 광고로 유지되는 서비스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심지어 어느 웹사이트에서는 MS의 주력 중 하나인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으로 제공했다. 이날 모인 톱 경영진은 본질적 의문과 맞닥뜨려야 했다. ‘회사가 위기인가? 그렇다면 이제 광고가 우리 회사 모든 부문의 수입의 원천이 되어야 하는가?’ ▶빌 게이츠와 레이 오지(오른쪽). 정겨운 담소를 나누고 있다. 14시간 동안 그들은 수입 모델, 고객 동향, 인터넷의 미래, 온라인 광고 시장의 전망과 MS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점차 그들은 한 가지 합의점에 이르게 됐다. MS에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결론에 이를 때까지 회의를 주재한 사람은 CEO 스티브 발머도, 회장 빌 게이츠도 아니었다. 바로 MS 직원이 된 지 두 달도 안 된 레이 오지였다. 또 MS의 고민은 자신들이 누려 오던 이점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야후 같은 인터넷 기반 회사들은 원할 때마다 자신들의 제품을 계속 업그레이드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를 받아 사용하는 고객들은 자신이 가장 최첨단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MS는 제품에 어떤 변화가 있으면 자신들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는 수억 원대의 PC에 코드를 배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부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내놓는다. 그리고 이때마다 엄청난 라이선스 수입을 거둬들였다. 가령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윈도의 차세대 버전 비스타는 2001년 XP로 업그레이드한 후 5년 만에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지는 이미 이 긴급회의가 소집되기 전 발머의 요청에 따라 MS의 문제점에 대해 51쪽에 달하는 메모를 작성했다. 그는 먼저 인터넷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회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 사용자들은 다양한 장치와 테크놀로지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그는 또 브로드밴드의 확장, 놀라운 속도로 개발되는 웹 광고, 구글 같은 회사의 도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태도는 온화하고 비논쟁적이었지만, 그렇다고 과거 MS의 실수를 순화해 말하지는 않았다. 게이츠가 불참한 그 자리에서 오지는 “환경은 이렇게 급변하는데 회사 전체가 최근 몇 년간 기술적 전략이나 조직상의 전략에서 모든 잘못된 점을 고치려 하지 않고 자기 위안의 카타르시 훈련을 치르고 있다”고 비꼬았다. MS가 온라인 서비스로 가는 것에 대해 의견이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지금 모든 회사의 역량이 윈도와 오피스의 차세대 버전을 완성하는 데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MS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서 서비스되면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 시간 동안 일진일퇴의 공방이 계속됐다. 그러나 “마지막에 서로의 눈을 보았을 때 ‘나는 할 준비가 됐다’는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한 참석자는 <포천>지에 털어놓았다. 그 회의 후에도 광고 수입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통적인 라이선스 수입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놓고 MS 내부에서는 엄청난 불협화음이 있었다. “소비자 영역에서는 온라인 광고가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이 분명했으나 기업시장에서는 이 엔진이 어떻게 작동돼야 할지 불분명했다.” 레이 오지가 <포천>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온라인 광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회사 전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발머는 후속 조치로 지난해 9월 아주 중요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오지를 최고기술책임자(CTO; Chief Technology Officer)에 임명하고 윈도 부문과 MSN 부문을 합쳐 새로운 플랫폼 ‘프로덕트 앤드 서비스’ 그룹을 발족시켰다. 이 조치는 모든 중요한 윈도 제품을 MSN 서비스와 연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웹화’하라” 오지에게 맡겨진 일은 모든 것을 웹화(webify)하는 것이다. 즉, MS의 전 생산라인과 계속 커지는 인터넷의 광대한 파워를 서로 얽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웹에 나타나야 한다.” 오지의 말이다. PC 소프트웨어는 주로 하드 드라이브에서 자료를 끌어 오지만, 새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MS는 이 새로운 혼혈 플랫폼에서 돌아갈 응용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 첫걸음이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윈도 라이브다.(<월간중앙> 2006년 3월호 ‘빌 게이츠 롱혼 프로젝트’ 참조) 이 서비스는 웹사이트에서 MS 제품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고, 대신 광고 수입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앞으로 MS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언제나 광고를 보게 될 것이다. MS의 온라인 서비스 부문인 MSN이 계산한 수치를 보면 앞으로 MS가 가려는 방향과 야심의 규모를 엿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전체 수입은 1,200억 달러인데 비해 전 세계 연간 광고비는 5,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광고비 중 3.6%만이 온라인에서 쓰인다. 그러나 지금 모든 미디어의 시청자 중 20%가 온라인에 있다. 온라인 광고비가 시청자의 규모에 맞게 20%까지 커진다고 가정해 보자. MS가 이 중 20%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이다. 그러나 온라인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엄청나게 비싸게 먹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저자본 저비용 산업이었다. 이제는 이런 말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웹 기반의 제품라인을 운용하려면 MS는 전 세계에 서버농장(sever farm)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 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오지의 책상에는 전 세계의 통신-전력시설이 위치한 곳을 표시한 300쪽에 달하는 프린트물이 놓여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풍차와 댐과 발전소가 있는 곳을 생각해 보자. 앞으로 당신은 그곳에서 서버농장을 보게 될 것이다.” 오지의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라인 인프라는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지만 누구나 고화질 비디오나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이용하게 될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 비용이 웹서비스 비즈니스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오지는 내다봤다. 구글은 전 세계에 100만 개의 서버를 운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 있다. 또 미국에서 가장 전기료를 많이 내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웹 비즈니스 경쟁은 자본력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으로 볼 때 레이 오지가 빌 게이츠가 없는 MS에서 무슨 일을 전개할지 가늠할 수 있다. 웹서비스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그의 작업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MS와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황제도 돌아올 것이다. 이종천_ 뉴미디어 평론가 (jclee17@hotmail.com)   [2006년 09월호] 2006.08.2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