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김석철(創批) 작성자 창비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10085 등록일 2006/10/8 (8:28)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김석철        한반도의 하드웨어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30여년간 한반도 하드웨어를 생각해온 사람으로서 우리가 함께해야 할 지평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펴냈다. 사실 ‘종묘-남산간 재개발계획’과 ‘한강 연안 마스터플랜’을 마련한 이후 30년간 한번도 한반도의 공간전략에 대한 생각을 놓은 적이 없다. 지나고 보니 ‘예술의 전당’ 같은 건축설계보다 ‘여의도 마스터플랜’ 같은 도시설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더 큰 일을 한 것 같다. 도시작업은 그만한 시간을 요하는 일이었다. 새만금에 관한 연구는 근 3년에 걸친 작업 뒤에야 금강·새만금 어반클러스터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고,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제야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방안을 생각할 수 있었다. 건축은 나이 오십이 되어야 제대로 알고 할 수 있지만 도시는 예순이 넘어야 제대로 알고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 십년간 베네찌아대 도시학부,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칭화대(淸華大) 건축원에서 졸업반 도시설계를 지도하면서, 한반도 구조개혁을 과제로 여러 대안을 만들어보았다. 외국인 교수·학생과 함께 일하면서 의외의 시각으로 한반도를 다시 보게 되었으며, 해외에서 한반도 구조개혁을 주제로 여러차례 강연회와 전시회를 가지면서 세계의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조언과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서울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대부분 도시가 세계경쟁력을 상실하고 삶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하드웨어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전통산업은 신산업으로 혁신되고 있는데 도시는 여전히 과거의 도시 그대로이다. 기존도시 바깥에 신도시를 일으켜 기존도시와 주변 농촌의 공동개발을 이루는 혁신도시, 그리고 농업을 기업화하고 농촌에 신산업 인력이 오게 하고 농촌인구가 창조적 집단으로 거듭나는 농촌자립화가 한반도 구조개혁의 방안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일관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황해연합은 국가를 넘어선 새로운 도시공통체이다 세계경제는 NAFTA를 체결한 북미경제공동체와 유럽연합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는 아직 그러한 경제공동체가 없다. 중국은 팍스아메리카나에 대응하는 팍스씨니카(Pax Sinica)를 꿈꾸고 일본은 독자적인 경제대국을 지향하고 있을 뿐이다. 북미경제공동체나 유럽연합에 대응하는 경제공동체가 될 수 있는 것이 중국 동부해안 도시군, 동북3성, 한반도, 일본열도 서남해안 도시군을 아우르는 황해연합이다.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주변국가를 끌어들인 북미경제공동체나 국가연합인 유럽연합과 달리 황해연합은 국가를 넘어선 새로운 이념과 목표를 가진 도시 경제공동체이다. 황해도시연합을 이루기 위해 중국과 일본보다 한반도가 나서는 것이 이 지역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미국과 러시아와 화교권을 감안할 때 적절한 선택이고, 그런 전제가 있을 때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황해도시연합이라는 중간지대가 생기는 것은 세계질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글이 ‘황해공동체와 황해도시연합’이다. 황해연합의 첫단계는 보하이(渤海)만 일대의 도시들이 이루는 도시연합이다. 역사적·지리적으로 서로 가까운 한반도와 랴오닝성(遼寧省)과 샨뚱성(山東省) 간의 교역과 교류는 폭넓게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경제공동체라 할 단계에 와 있지는 않다. ‘진져우(錦州) 바다도시와 한반도 서해안 도시연합’ 프로젝트가 서울과 베네찌아에서의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황해도시연합의 전 단계인 ‘한반도·랴오닝성·샨뚱성 경제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현재 다각도로 연구 검토되고 있는 톈진(天津)·따롄(大連)·칭따오(靑島)·진져우 해상특구와 인천·새만금 해상특구 간의 ‘황해 해상특구연합과 디지털 철강도시’는 국가와 도시를 초월한 특별도시구역 연합체를 이루는 제안이며 디지털 철강도시라는 구체적 방안까지 함께 보인 프로젝트이다. 도시야말로 초거대 기업이며 산업이다. 기업과 산업 모두를 합한 도시의 건설과 관리를 디지털화할 수 있으면 엄청난 경제기적을 이룰 수 있다. 한반도 구조개혁: 수도권전략 현재 진행되는 행정수도 이전(또는 행정중심도시 건설)과 지방권 균형발전정책은 황해연합 혹은 황해공동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한반도만을 생각한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이제 남한만의 한반도는 없으며 한반도만의 한반도도 없다. 황해도시연합과 남북통일과 한반도 공간전략은 하나의 범주 속에서 함께 다루어야 한다. ‘한반도 구조개혁과 신행정수도’는 황해도시연합과 황해공동체라는 미래의 지평에서 한반도의 하드웨어를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 그리고 수도권 과밀과 국가불균형발전을 혁신하고자 시작된 행정수도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전되어야 하는가를 제시한 것이다. ‘수도권 세계화와 지방권 자립화’는 역사와 지리와 인문환경을 기반으로 한반도를 수도권과 세 지방권, 즉 전체적으로 네개의 경제권역으로 재구축하는 한반도 구조개혁을 구상한 것이다. 수도권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지방권 자립이 달성되어야 한반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수도권 세계화와 지방권 자립은 서로 다른 길이 아니다. 수도권에 있을 필요가 없는 공공기관을 과감히 지방에 보내고 그 자리에 세계화 도시구역을 세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 비전플랜 2020’은 수도권을 서해 해안링크, 개성, 춘천, 평택으로 확대 재편하고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을 새롭게 조직하여 남북도시연합의 가능성과 황해도시연합을 대비하는 서울 그랜드 디자인이다. 경복궁과 국립박물관과 예술의 전당을 잇는 서울의 상징가로를 남북축으로 하고 한강을 동서축으로 하여,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을 다섯개의 세계화 도시구역으로 재조직하고자 하였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강남과 강북의 공동발전안이 서울의 비전이 되어야 한다. ‘인천 iCITY’는 수도권 세계화의 우선적 방안으로, 동북아의 허브공항이 된 인천공항과 수도권의 경제력을 집합한 해안도시구역을 송도 앞바다에 세워 황해 경제특구연합의 교두보를 만들고자 하는 구상을 황해연합, 황해해상특구연합의 파일럿 프로젝트로 제안하는 것이다. 한반도 공간기획: 지방권전략 어반클러스터(urban cluster)는 도시와 농촌의 복합체인 지방도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기초로 몇개의 도시가 농촌과 함께 통합신도시를 중심으로 형성하는 도시연합과, 산업공단을 재조직한 산업클러스터가 모여서 대도시권과 겨룰 수 있는 규모를 이룬 것을 의미한다. ‘금강·새만금 어반클러스터’는 행정수도 논란과 새만금 딜레마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방안으로 제출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금강을 주운(舟運)이 가능한 운하로 만들어 군산·부여·공주·대전을 금강유역 도시연합으로 만들고, 금강과 만경강을 신수로로 연결하여 금강유역과 새만금을 어반클러스터화하는 방안이다. 수도권과 경쟁하며 황해도시연합의 유력한 경제권역이 되게 하려는 계획으로, 신행정수도 논의는 이런 정도의 규모와 비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경주 통합신도시와 영남 어반클러스터’는 경주 통합신도시를 매개로 대구·구미·포항·울산의 도시연합을 이루어 영남권의 어반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방안이며, ‘새만금 바다도시와 호남평야 도시연합’은 새만금 방조제를 완전히 막지 않고 안바다를 살린 상태에서 고군산군도에 황해의 허브항만을 만들고 방조제를 중심으로 해상공단과 수상도시를 건설해서 호남평야의 다섯 도시와 도시연합을 이루게 하는 방안이다. ‘춘천 혁신신도시’는 중부고속도로가 춘천에 닿는 지점에 수도권 동부중심의 관광허브와 R&D도시를 만들어 외국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국적 신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원주·춘천·철원의 도시연합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금강·새만금 어반클러스터나 춘천 혁신신도시안은 국가균형발전과 도농공존이라는 이 시대의 지난한 숙제를 푸는 시금석적 기획이기도 하다. '차이나 프로젝트'는 '한반도 프로젝트'의 유기적 일부여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 20년 안에 인구 10~20만의 도시 1천5백개 내지 2천개를 건설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어렵지만 반도체와 철강과 조선은 세계 최강이다. 이 셋은 첨단 도시산업의 기반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도시프로젝트인 중국의 도시건설에 우리가 나서는 일은 단순히 경제적인 타산으로 봐도 필수적이며 중국과 한국 모두에 이로운 일이다. 우리는 30년 만에 서울의 신도심 여의도와 세계적 산업도시 울산, 포항, 광양을 건설하고 분당, 일산 등 다섯 신도시를 5년 안에 완성했다. 지난 30년간 이만한 도시건설을 해낸 나라가 없다. 신도시 건설경험과 반도체와 철강과 조선의 기술력을 합하면 도시건설에서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산업화·도시화의 가파른 진전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이며 도전이다. 세계가 주시하는 중국의 도시개발 현장에 참여하려면 기획과 설계단계에서부터 나서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참여는 경제적 진출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시문명을 이루기 위한 값진 실험이 될 것이다. 이런 취지로 진행된 차이나 프로젝트는 1996년 이후 3년 동안 하바드대 건축대학원, 칭화대 건축원 등과의 작업 ‘중국의 도시화·산업화 공동연구’ 이후 뻬이징시, 랴오닝성, 츙칭시, 취푸시의 실제 프로젝트들을 칭화대, 츙칭대, 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팀이 공동연구한 것이다. ‘뻬이징올림픽과 도시건설’은 토오꾜오보다 44년, 서울보다 20년 늦게 올림픽을 치르면서 도시건설을 서두르고 있는 뻬이징당국과 건설상들에게 뻬이징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말한 것이다. ‘뻬이징 iCBD’는 뻬이징대와 칭화대 등 20여개 주요 대학과 200여개 연구소가 밀집한 뻬이징 쯍꽌춘(中關村) 지역에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의 세계화 도시구역을 제안한 것으로, 현재 뻬이징 시당국의 최종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취푸(曲阜) 특별신도시’는 황해공동체의 형이상학적 중심도시 취푸를 뻬이징올림픽과 샹하이엑스포를 기해 세계도시로 선언하고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교육관광도시로 만들려는 계획이다. 3천년 역사도시를 복원·보존하고 현도시를 개조하며 세계화 혁신도시를 외곽에 만드는 안이다. 취푸 수상도시안은 인천 iCITY안과 함께 2004년 베네찌아 건축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았는데, 이는 앞으로 끝없이 전개될 도시건설의 한중협력을 상징하는 일로서 뜻깊다고 할 수 있다. ‘츙칭(重慶) 개발계획과 도농복합 프로젝트’는 3천만 인구의 도시 츙칭의 도시계획 대안을 만드는 도시설계 제안과 씰리콘앨리(Silicon Alley) 같은 도시형 신산업 중심이 될 초고층 건축 트윈i타워, 그리고 난후(南湖)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난후 프로젝트는 츙칭시 도시중심에서 35km 떨어진 난후 일대에 농업의 기업화, 농촌의 제2도시화, 농민과 농촌인구의 창조적 그룹화를 시도한 도농복합 프로젝트이다. 모두 16개의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이제야 시작하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36년 전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만들 때보다 더 큰 희망을 갖고 이 제안들을 만들었다.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가 우리 모두의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창비 웹매거진/2005/4] 김석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