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北핵실험 여파로 경제정책기조 바뀌나 작성자 연합뉴스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8418 등록일 2006/10/11 (11:42) <北핵실험 여파로 경제정책기조 바뀌나> 경제위축 우려 커져..경기부양책 검토 (서울=연합뉴스) 재경팀 = 북한의 핵실험으로 경제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기조의 변경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핵실험 당일인 9일 주가와 환율 불안으로 충격을 받았던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을 되찾았지만, 북한 핵실험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추가 핵실험 설이 나오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려워 경제여건의 불투명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필요할 경우 경기부양책까지 검토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폭과 깊이가 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에 경기확장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성장률 달성 빨간불 북한의 핵 실험은 당장 올해 5% 경제 성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북한의 핵 실험 이전에도 5% 성장을 자신한 정부와 달리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4% 후반대로 예상, 올해 성장률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의 괴리가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북한의 핵 실험은 금융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오면서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실험이 계속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 금융시장은 물론 투자, 소비 심리 등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문제는 내년이다. 이번 사태가 조율과 대화를 통해 빠르게 해결된다면 `북한 핵'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돼 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북한의 계속 된 핵실험, 북한 제재에 대한 당사국 간의 이견 등으로 사태가 악화하면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은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고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4%대를 턱걸이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ABN암로.씨티.도이체방크.골드만삭스.JP모건.리먼브라더스.메릴린치.모건스탠리.UBS 등 9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4.25%다. 이런 전망이 모두 북한의 핵 실험 이전에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핵 실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성장률은 4%선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또 국제 신용평가회사들도 현재까지는 북한의 핵 실험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 정책기조 재검토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11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경기 추이를 봐서 필요하다면 경기부양 쪽으로 정책기조를 바꿀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부양책'은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경기를 살리려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그동안 사용하기를 몹시 꺼렸던 단어다. 따라서 정부가 경기부양 쪽으로 정책기조를 선회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이 정부가 거시정책기조의 수정도 염두에 두는 것은 북핵 사태로 불안감이 증폭될 경우 투자와 소비 위축까지 불러와 실물경제가 급속히 냉각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소비심리는 통계청의 9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 소비자기대지수가 94.8를 기록해 8개월만에 소폭 상승했지만 아직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돌고 있어 여전히 찬기운이 돌고 있다. 정부는 이에따라 북핵 사태의 진전상황과 세계 경제의 움직임 등을 연말에 마련할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내년에 경기부양에 나선다면 이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로는 예산의 조기집행 등 단기적인 재정집행 확대,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을 비롯한 건설 투자 확대, 추경편성, 금리 인하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전문가들 "재정.금리.규제완화 병행"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은 낮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성장률 전망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연구위원은 "북핵 사태가 악화된다면 주식시장이 내려앉아 자산효과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고, 기업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투자가 감소하는 반면 대외부문에서는 환율이 올라가 수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에는 큰 영향이 없을테지만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내년 성장률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이번 북핵 사태가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사태 악화시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겠지만 얼마나 낮아질지는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성장률 전망 조정이 현실화되고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기조가 부양 쪽으로 돌아선다면 재정 조기집행과 금리인하 등 거시정책은 물론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와 같은 미시적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 재정을 조기집행하거나 대형 국책사업을 가능한한 앞당겨 실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자금 유동성과 관련해 신축적인 금융정책이 필요하고 그 수단으로 콜금리 인하를 고려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거시정책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충격을 덜 주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라는 미시적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최근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에서 빠진 수도권과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여건 및 시장을 활성화시키면 성장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