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중·미 관계 협력인가 대결인가 작성자 FAREED ZAKARIA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6390 등록일 2006/4/28 (9:39) 중·미 관계 협력인가 대결인가 Adrift in a Turbulent World 향후 10년 동안 미국이 내릴 가장 중요한 전략적인 결정의 대상은 이라크나 이란 또는 북한이 아니다. 바로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기본적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까. 향후 10년간 중국이 내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결정도 비슷하다. 미국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는 문제다. 이 같은 의문의 대답이 ‘협력’이냐 ‘대결’이냐에 따라 21세기의 미래가 판이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어느 나라도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지 않는 듯하다. 이번 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미(부시 대통령과 한 시간을 보낸다)로 그런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태도가 여전히 양 극단을 달린다.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에 경탄하는 미국인이 있는 반면 그들을 두려워하며 갈수록 투쟁적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경제 기적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업적을 낸 중국 정부에 찬사를 보낸다. 반면 특히 워싱턴 정계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억압 전술을 비난하며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가 내재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워싱턴에는 중국을 억제하려는 세력과 반대로 중국과 협력하고자 하는 세력이 공존한다.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은 현명한 중립지대를 찾으려 노력했다. 지난해 가을의 한 연설이 그 증거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중국이 고립과 빈곤에서 탈피해 협력과 경제성장으로 향하도록 도왔다고 그는 주장했다. 미국은 아직도 중국이 강성해지고 성장하도록 지원하지만, 또한 그렇게 강해지는 힘을 유익하게 사용하도록 압박하는 정책을 편다고 졸릭은 말했다. “우리는 이제 중국이 국제 체제의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가 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은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로서, 앞으로는 그 역할이 단순한 구성원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과 협력해 그들의 성공을 가능케 한 국제 체제를 지탱해 나갈 것이다.” 졸릭은 중국의 행동이 이런 이해관계자라는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이슈 목록(수단·이란·지적재산권)을 나열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졸릭의 이 같은 접근방식을 확인했다. 하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입장은 다르다. 그의 중국 관련 발언은 훨씬 더 의심 많고 호전적이다. 미국이 중국의 커 가는 군사력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미국 관리들은 모두 중국에 정치를 개방하라고 끊임없이 압력을 가한다. 많은 중국인은 이것이 자신들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본다. 한 중국인 학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그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미국 비판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3억 명을 빈곤에서 구제했다. 그런데 단지 우리가 막강해졌기 때문에 미국은 우리를 이라크나 나이지리아처럼 제어할 수 없는 나라로 몰아가려 한다.” 의회에서는 중국에 강경하게 나가자는 유혹이 갈수록 억누르기 힘들어진다(정치적으로 장점만 있을 뿐 단점은 없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상반된 신호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새로운 신흥 강국으로 받아들이려 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예컨대 올해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을 논의할 때 워싱턴은 중국이 회의석상에 자리를 잡도록 도와 줄까 아니면 방해할까. 미국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해도 중국의 정책보다는 훨씬 더 명확하다. 덩샤오핑(鄧小平) 시절 이후 거의 내내 중국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해야 경제가 성장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재 베이징은 그들 나름대로 중국과 미국 간의 대결이 불가피하냐는 문제를 둘러싼 내부 논쟁에 휩싸여 있다.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국의 억제를 모색하기 때문에 중국도 아시아와 세계에서 위상을 강화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이런 접근방식과 일치되는 움직임을 여럿 보였다. 미국을 아시아에서 떼어내려는 포럼을 구성하려 애쓰고, 모든 아시아 국가가 자국 땅에 ‘외국 군사기지’를 두지 않기로 다짐하는 협약을 제안했다. 반면 베이징은 유엔 안보리에서 아마 영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보다도 더 미국의 입장에 따라 표를 던졌다. 중국은 워싱턴이 제기하는 이슈를 해결하려 열심히 노력한다. 따라서 찰스 슈머 상원의원 같은 비판론자도 최근 방중 때 무역과 환율 문제를 제기했더니 베이징이 아주 정성을 다해 반응하더라고 말했다. 중국의 외교정책을 움직이는 힘은 아직도 주로 편협한 요인들이다. 중국 당국은 대만이 독립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그들은 에너지 자원을 탐사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찾아가 확보한다. 그러나 이 같은 편협한 외교정책은 중국이 스스로에 보다 크고 어려운 문제들을 묻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은 현재의 국제 체제에서 이해관계자가 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 강대국 지위에 따르는 대가를 치를 각오가 돼 있는가. 정상회담을 할 때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DVD 불법 복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 같은 기본적인 이슈에 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가 직면한 최대의 장기 전략적인 문제는 계속 표류하게 된다. FAREED ZAKARIA 국제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