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긴급진단] 한국경제는 지금 ‘視界 제로’? 작성자 오정근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7255 등록일 2006/11/4 (23:31) [긴급진단] 한국경제는 지금 ‘視界 제로’ 북핵쇼크! 한국경제는 안전한가? 대북 결의안 시행 대비할 때…자금 용도 확인가능한 새 경협안 마련해야 ▶북한 핵실험 소식에 10월9일 증권시장은 KOSPI지수가 30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등 큰 충격을 받았다. 국제시장에서는 북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북핵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 그 후유증을 완전 해부한다. -------------------------------------------------------------------------------- 유엔 안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의장국인 일본이 지난 10월13일(현지시각) 합의한 ‘대북한 제재 결의안’에는 군사적 제재 부분(유엔 헌장 41조)이 빠졌다. 대신 경제·외교 면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조치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모든 회원국은 북한의 핵 개발에 기여할 개연성이 있는 모든 물자와 장비, 상품과 기술 등을 북한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직·간접적인 이전과 반입, 영토 통과, 선박 이용을 막아야 한다”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고 인정된 개인과 단체가 해외에 소유·관리하는 금융자산을 동결할 것” 등이 그것이다. 결의안은 뿐만 아니라 유엔 192개 회원국이 대북 결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유엔 회원국이 결의를 위반할 경우 이를 조사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했다.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거나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북 제재조치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게 될 제재감시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이로써 이번 결의안이 과거 대부분의 경우처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제재를 가할 것임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재감시위원회는 최소한 90일마다 한 번씩 유엔 안보리에 그 활동을 보고하도록 했다. 특히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은 ‘결의한다(decide)’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회원국들이 준수 의무를 지도록 했다. 이 결의안이 시행될 경우 북한에 현금을 지원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비록 우리 정부는 이 사업이 이번 대북 결의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판별은 앞으로 유엔에 설치될 ‘제재감시위원회’에서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해와 서해를 운항하는 북한 출입 선박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에 대한 유엔의 검색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문제다. 북한과 교역이 가장 많은 중국과 한국의 제재 이행과정을 면밀히 관찰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과 한국의 도움에 크게 의존하는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추운 ‘핵겨울’을 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 주식시장 코리아디스카운트 재연 우려 - 국가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주가 업그레이드에 부정적 영향 북핵 위기가 단기에 수습되면 그 이상 다행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제재조치에 북한이 반발하고 다시 제재조치가 강화되는 등 북핵 위기가 장기화·심화하는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은 무엇인가? 심할 경우 일각에서 걱정하는 경착륙 또는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게 금융시장에 대한 것과 실물경제에 대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주식시장·외환시장·단기금융시장으로 다시 나뉜다. 먼저 주식시장을 보면 주가 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10월9일 코스닥시장에서는 거래일시 중단조치인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종합주가지수(KOSPI)가 32포인트나 급락해 시가총액이 21조 원이나 줄어드는 등 불안을 보였다. 비록 그 이후 반등해 불안하나마 안정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대북 제재와 반발 그리고 제재 강화 등 북한 핵실험으로 야기된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주가는 불안정한 등락을 보이면서 중기적으로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과거 오랫동안 대략 450 정도를 하한으로 하고 1,100 내외를 상한으로등락을 보이는 모습을 지속해 옴으로써 한국의 주가가 경제력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소위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에도 적립식 펀드의 비약적 증가에 힘입어 1,400대에 도달하는 등 한국의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북핵 위기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면서 다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참고로 2003년 초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2003.1.10)로 야기됐던 북핵 위기 때는 종합주가지수가 역시 불안한 등락을 보이면서 628.36(1월10일)에서 515.24(3.17)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식시장의 불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국가신용등급과 외국인투자자금의 동향이다. 현재 한국은 S&P사는 A 등급, 무디스사는 A+, 피치사는 A+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S&P사와 무디스사는 북핵 실험에도 현 단계에서는 조정 가능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와 북한의 반발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신용등급도 조정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신용등급 조정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컨트리 리스크 증가의 영향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난다. 이미 북한 핵실험으로 한국이 발행한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런던 국제금융시장에서 대략 5bp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만큼 한국의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외자 조달여건이 악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10월 말로 예정됐던 약 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행히 일단은 가산금리 수준도 평상수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은 북핵 위기의 진행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가 국제금융시장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2.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자본유출 가능성 - 올 들어 외국인 이탈 가속…북핵 쇼크로 부채질 우려 컨트리 리스크가 증대되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우려도 크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전망되지는 않지만 만약 북핵 위기가 더욱 악화돼 컨트리 리스크가 더욱 높아져 한국이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하락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컨트리 리스크 증대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도록 항상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북핵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이미 상당액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중이었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2005년 24억 달러 순유출된 데 이어 지난 1~8월에는 약 93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1992년 우리나라가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한 이후 최대폭이다. 이와 같이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를 떠나는 이유로는 ▷2005년 중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들은 주식투자에서만 약 1,000억 달러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는데 그 이익 중 일부를 실현하고 떠나는 경우▷한국경제가 부진해 한국기업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데 비해 중국·인도 경제가 부상하면서 말을 갈아타고자 하는 경우▷미국의 금리 상승 일단락과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미국 주가 반등, 북핵 문제 등 한국의 지정학적 불안 증대, 한국 내 반외국자본 정서, 한·미 동맹관계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순유출 24억 달러의 74%인 18억 달러가 국세청의 론스타 등 6개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발표 후인 4분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 8월 말 현재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 시가는 253조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38.1%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 수 기준으로는 22.4%인데,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38.1%를 차지했다. 그만큼 외국인들이 우량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 8월 말 현재 시가총액은 8.9조 원인데,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비중은 13.8%에 이른다. 이와 같이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약 2,7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 1~8월 중 벌써 약 93억 달러가 순유출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북핵 위기는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위기가 지속돼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약 2,700억 달러의 10%만 유출된다고 가정해도 유출규모는 27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이는 외국인 보유 비중을 약 4%포인트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는 수준이다.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한 해외 증권투자도 증가 일로에 있다. 2005년 내국인 해외 증권투자는 100.2억 달러(주식: 34.7억 달러, 채권: 65.4억 달러)였다. 그런데 지난 1~8월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는 88억 달러를 기록하여 이미 지난해 전체 34.7억 달러의 2배를 넘어섰다. 이 외에도 위기 때 항상 일어나는 일이지만 위기가 지속될 경우 상당액의 거주자 외화유출(소위 capital flight)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 가능성 - 환율 불안 지속…급격한 상승은 대외신인도 악영향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던 지난 10월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14.8원 급등(원화가치 하락)해 963.9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 상승폭은 2004년 12월8일 17.0원 상승 이후 최대폭이었다. 그러나 그 후 소폭 하락하면서 불안한 안정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 역시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불안정한 등락을 보이면서 중기적으로는 상승할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2003년 초 북핵 위기 때 원화는 2002년부터 지속하던 달러화의 기조적 약세로 강세 기조를 지속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북핵 위기로 1월31일의 1,165원에서 1,262원(4월1일)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 결과 원/엔 환율도 9.71원(1월31일)에서 10.66원(3월10일)까지 상승했다. 그 후 원/엔 환율은 2003년 카드채 파동 등 한국경제의 부진으로 11.01원(2004년 3월31일)까지 상승한 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사실 최근 들어 경상수지 악화, 외국인투자자금 이탈, 지나친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 등 원/달러 환율은 여러 가지 상승 여건이 조성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 달러화의 기조적 약세 지속, 환율 방어를 위해 사용된 외평채 적자 논란 등으로 원화는 그동안 일부 고평가돼온 경향도 없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북핵 사태가 원화의 재평가 계기가 될 전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960원 안팎에서 등락을 보이는 원/달러 환율이 북핵 위기가 지속할 경우 1,00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뿐만 아니라 한국 수출에 더욱 큰 영향을 주는 원/엔 환율도 최근 사상 최저치인 800원/100엔까지 급락함으로써 원화가 엔화에 대해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이번 북핵 위기를 계기로 재평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도하고 급격한 환율상승은 대외신인도 하락, 외국인투자자금 이탈, 물가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너무 급격한 변동이 되지 않도록 항상 유의해야 한다. 자산가격은 워낙 심리적인 시장 상황에 크게 좌우돼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급상승의 충격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면 투자자들의 군집행동(herding behaviour)에 따른 쏠림현상으로 걷잡기 힘든 과잉반응(overshootin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시장의 움직임을 밀착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미국·일본 등과 공조하는 등 신속한 대처로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국제트기자금 공략 우려도 - 헤지펀드에 취약성 노출…역외선물환 시장 흐름 살펴야 외환시장에서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이 국제투기자금의 공략 가능성이다. 헤지펀드와 같은 국제투기자금은 주식·채권·파생금융상품 등 금융상품은 물론 원유·금 등 실물자산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투자해 단기차익을 실현한 뒤 빠져나감으로써 한 국가의 금융 시스템에 치명적 위기를 초래하고는 한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시행되면 남북 간의 대표적 경협사업인 개성공단 운영 2005년 말 현재 이러한 헤지펀드가 전 세계적으로 약 8,500개, 총운용자금은 약 1.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헤지펀드들은 우선 통화가치가 경제 기초체력에 비해 고평가돼 있거나 경제 기초체력이 약화돼 통화가치가 약세로 반전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를 공략 대상 국가로 선정한 다음 집중공략한다. 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략 루트로는 역외선물환시장을 통한 공략과 공매도를 통한 공략이 있다. 역외선물환시장(흔히 NDF시장이라고 한다)은 쉽게 말하자면 거래상품 없이 미래에 특정 상품, 예를 들어 금·원화가치(원/달러 환율) 등의 가치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살 사람과 팔 사람이 각자의 예측치대로 사고 판 다음 나중에 실제가격과 계약가격의 차이만 결제하는 거래다. 한국 원화에 대한 역외선물환시장은 원화가 국제적으로 거래가 안 되는 여건에서 뉴욕·런던·싱가포르·홍콩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끼리 서로 원/달러 환율 전망을 토대로 나중에 차익만 결제하는 식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그 규모가 지난 2분기 중에는 하루 평균 45억 달러에 달했다. 자기들끼리만 ‘돈 놓고 돈 먹는’ 식으로 거래만 하면 그만일 터인데, 문제는 여기서 결정된 환율의 영향을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그대로 받는다는 데 있다. 따라서 만약 투기자들이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거래하면 바로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서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국제 환투기 세력들이 역외선물환시장을 이용해 원/달러 환율을 급등시켰고, 결국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매도라고 하는 투자방법도 가히 파괴적이다. 돈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의 돈을 거액 빌린 다음(예를 들어 25바트/1달러(바트는 태국 돈의 단위)에 태국 바트화를 1달러 빌림) 그 빌린 돈을 외환시장에서 집중적으로 판다. 그 결과 그 나라 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예를 들어 50바트/1달러), 이는 반대로 달러의 가치가 급격히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투기자들은 비싸진 달러를 가지고 싸진 해당국 돈을 다시 사서 빌린 돈은 갚고 이익을 챙긴다(25바트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는 0.5달러만 필요하므로 0.5달러를 벌게 됨).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략받는 나라의 돈의 가치가 급락하고, 그 결과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 나라 외환시장에서 탈출하면서 주가하락, 물가상승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금강산관광도 중대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5. 신용경색과 금리불안 우려 - 직·간접금융시장 동시 위축 우려…기업 부도 잘 살펴야 대개 투기자의 공격을 받으면 환율이 급등, 즉 그 나라 돈의 가치가 급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내다 팔고 투기자들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내다 파는 자국 돈을 사들이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투기자들이나 떠나고자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돈은 워낙 거액이고 한 나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대개는 외환보유액만 날리고 투기자들과 중앙은행 간의 처절한 싸움 끝에 결국 외환보유액이 바닥나면서 중앙은행이 백기를 드는 것이 바로 외환위기인 것이다. 이러한 경우의 전형적인 형태가 1997년 7월 태국의 외환위기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그 태국의 위기로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의 동아시아 탈출 러시가 일어나면서 동아시아의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동아시아 위기 이후 한 나라의 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투기이익만 챙기면서 여기저기서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이러한 투기자금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때 제기되기도 했으나 그 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현재의 국제금융제도 하에서는 어느 한 나라 혼자 막대한 국제투기자금의 공략을 막기에 역부족임은 세계 금융위기 역사가 보여준다. 그러므로 우선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는데도 통화가치를 너무 고평가되게 유지하고 있다거나 외국인투자자금이 과도하고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가고 있다거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해 국제투기자금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만약 북핵 위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금융기관도 혹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받지 못하는 위험인 신용위험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게 되고, 그 결과 대출(간접금융)이 줄어 들 가능성도 있다. 채권시장·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에서도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과 주식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직접금융)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신용경색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우려도 있다. 민간은 아무래도 현금을 좀더 보유하고자 할 수 있다. 금융기관도 만약의 기업부도 증가와 예금인출 증가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이 지급준비금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통화 증가율 감소와 금리상승을 초래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다.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불안 증대는 기업 자금조달을 그만큼 어렵게 하고 금융비용 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기업부도를 증가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직 500조 원을 넘는 가계부채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는 여건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은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초래할 우려도 없지 않다. 6. 남북경협은 신뢰 바탕해야 - 거시경제 악순환 늪에 빠질수 있다…경협 지속 여부 불투명 최근 들어 한국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가 일부 회복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건설투자가 부진하고 소비증가율은 낮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인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1월의 100.8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증가율(계절조정, 전기료)도 지난해 4분기 1.6%, 지난 1분기 1.2%, 2분기 0.8%로 계속 하락하는 등 경기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북핵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짐으로써 소비와 투자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도 내년에는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과열 대책과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 올해의 환율하락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등 좋지 않을 것이다. 투자위축은 고용감소와 소비위축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기업부도와 투자위축을 가져오는 등 악순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업부도 증가는 부실여신을 증가시켜 금융 부담을 키운다. 따라서 거시경제당국은 소비·투자·수출 동향은 물론 기업부도 동향 등 실물경제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선제적으로 거시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유엔의 결의안을 보면 남북경협자금에 대해서는 상당히 모호하게 돼있다. “북한의 핵 개발에 기여할 개연성이 있는 모든 물자와 장비, 상품과 기술 등을 북한에 유입하지 못한다”고 돼있는 것. 따라서 향후 경협 계속 여부는 상당부분 앞으로 활동하게 될 유엔제재감시위원회의 유권해석에 좌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더욱이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은 모르겠으나 대북 직접송전, 공항·도로·항구 건설 지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원, 추가 관광사업 등은 어떤 형태로든 유엔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어려우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연히 민수·군용 품목 구분이 어려울 수 있는 민간사업의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한 여건을 생각해볼 때 이번에야말로 애초 잘못 끼워진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이 남북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남북 간의 관계가 경색되지 않고 어려운 경제여건에 있는 북한에 대해 경제협력을 지속하는 방법은 결국 군사적 화해에 대한 가시적이고 확인 가능한 조치를 새로 규정함으로써 가능하다. 경협자금이 군사적 목적에는 쓰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협 규모에 상응하는 가시적이고 확인 가능한 군축 조치까지 포함하게 됨으로써 명실공히 남북경협이 남북 화해의 토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엔의 제재안과도 상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만약 단추를 바로 끼우지 않으면 유엔 제재안의 내용을 볼 때 경협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은 물론이다. 설혹 경협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나중에 핵실험보다 더한, 예를 들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을 하는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이 우리로서도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고 민족이 공존공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명심하고 남북 모두 현명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오정근_한국은행 금융연구원 부원장 (ojunggun@bok.or.kr)   [2006년 11월호] 2006.10.2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