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故 林元澤 교수의 『제2자본론』] 작성자 홍기현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7168 등록일 2006/4/28 (10:5) [故 林元澤 교수의 『제2자본론』] ‘상품 가격=비용+마진’으로 결정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정해진다는 통상적인 생각과 달라 고 林元澤 교수는 진정으로 한자를 애용하고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의 제자인 홍기현 서울대 교수는 본지에 林 교수의 학문세계에 관한 글을 보내오며 “한 가지 부탁 말씀은 임원택 교수님의 평소 주장대로 선생님의 성함이라도 한번쯤 한자로 써주셨으면 합니다”고 편집자에게 각별히 부탁했다. 제자의 이런 부탁을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편집자 4월 13일 85세의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신 林元澤 교수님은 우리 경제학계의 선구적 인물이면서도 무엇인가 다른 원로 학자들과 다른 독특함을 가지신 분이다. 연구환경이 잘 안 갖춰진 상황에서 선배 교수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임 교수님의 연구는 거의 외국 서적을 혼자 독파하면서 스스로 깨우친 것이었다. 그러기에 다른 분들은 외국의 이론을 빨리 이해하여 소개하려고 노력한 데 비해, 임 교수님은 오랜 기간을 두고 이론을 천착하면서 자신만의 체계를 만드는데 주력하였다. 말하자면 후진국에서 경제학을 독학으로 공부한 학자가 250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경제학 대가들의 이론을 뛰어넘어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려는 야심찬 시도를 하신 것이다. 일생일대의 역작 『제2자본론』이란 책이 56세 때에 발간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몇 편의 논문에서 이론내용을 소개한 바 있지만 전체적인 것은 아니어서, 전반적 이론체계를 이해하려면 『제2자본론』을 보아야 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격의 기본적 결정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지극히 기초적인 가치론에 관한 책이다. 경제학의 오랜 역사 동안 가치론에는 크게 보아 가격의 기본 결정요인을 인간의 주관적 욕망에서 찾는 효용가치론과 생산하는데 들어간 노동에서 찾는 노동가치론으로 대별된다. 임 교수님은 양대 가치론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노동가치론은 공급 측면을, 효용가치론은 수요측면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통합하려고 하였다. 물론 이러한 통합적 설명은 1890년대 영국의 경제학자 마셜이 시도한 바와 같다. 임 교수님은 이러한 노동-효용 2원 기준 교환론을 철저히 적용시켜 현실 경제의 기본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려고 시도한 데 독창성이 있다. 즉 노동-효용 2원론이 맞다면 첫째 실제로 들어간 비용 이상으로 상품이 팔리기 위해서는 비용 이상을 지불하게 되는 부등가 교환이 발생하고 이것이 이윤의 원천이라는 점, 둘째 이러한 이윤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요가 있어야 하므로 자본주의에서 주기적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공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 셋째 이러한 공황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용과 정부 지출의 확대 또는 외국 시장의 진출이라는 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말하자면 이 책 제목이 표방하듯이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동일한 문제를 물으면서도 그 답은 완전히 다른, 아니 마르크스를 포괄하면서 그를 극복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임 교수님에게 대학시절부터 『제2자본론』의 내용을 강의를 통해 수차례 들은 바 있다. 그렇지만 과연 『제2자본론』의 내용이 논리적으로 완벽한가, 그리고 현실적으로 적합한가를 평가할 정도로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임 교수님의 집필 및 강의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1988년 서울대에서 발간되는 경제전문지(Seoul Journal of Economics) 창간호에 임 교수님의 논문을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여쭤본 바로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방식대로 수요와 공급이 같은 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통상적 설명과는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즉 장기적으로 생산비는 비용곡선의 최저점에서 결정되며 여기에 이윤이 추가된다는 말씀으로 보아서는 비용에 마진이 부가된다는 마크-업(mark-up) 가격결정론에 가깝다고 보인다. 생전에 이런 의문들에 대해 완전히 답을 얻지 못한 필자의 불찰에 용서를 구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hong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