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중동의 뉴욕’ 두바이는 시한폭탄 담긴 요술램프? 작성자 박복영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5522 등록일 2006/4/28 (21:50) [진단]‘중동의 뉴욕’ 두바이는 시한폭탄 담긴 요술램프?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bypark@kiep.go.kr)  2006년 04월 10일      중동의 경제허브로 도약하려는 두바이의 발걸음이 무척 분주하다. 외국인 투자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은 두바이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변화들에 주목해 두바이의 성공스토리를 찬양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편엔 또다른 위험도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랍 해와 인공운하가 조화를 이룬 두바이 시내 전경.ⓒEPA 제공 두바이는 갈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곳이다. 30년 전만 해도 모래사막 위의 작은 항구에 불과했던 두바이는 이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현대적 도시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두바이를 ‘중동의 뉴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두바이는 말 그대로 ‘공사 중’이다. 얼마 전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 눈대중을 해보니 건축 중인 30층 이상의 고층건물만도 어림잡아 100개는 족히 되는 것 같았다. 두바이는 1833년 지금의 왕족인 알 막툼(Al Maktoum) 일가 800여 명이 아부다비에서 이주해오면서 만들어진 도시다. 1950년만 해도 인구가 2만5천 여 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인구가 무려 120만명에 이르고 있고, 한 해에 약 1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두바이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곳이면서, 또 천일야화처럼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 위에 서울시만한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을 만들고 있고 지구 모양의 인공섬도 만들 계획인데, 이것들은 달에서도 보일 정도라고 한다.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사막에 실내스키장을 만들었으며, 사막 한가운데 LA 디즈니랜드 8배 크기의 놀이공원을 만들어 그곳으로 운하를 뚫어 사막에 물길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중동의 경제허브’ 도약 야망 하지만 두바이는 동화 같은 얘기만 만들어내는 곳은 아니다. 두바이는 말 그대로 중동의 경제허브이다. 두바이로 수입되는 물품 중 약 절반은 다시 인근 중동국가나 중앙아시아, 동부 아프리카 등으로 재수출되고 있으니 우선 물류허브라고 할 수 있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두바이항과 그 배후단지인 제벨알리 경제자유지역, 그리고 두바이 공항이다. 두바이항은 컨테이너 처리량 세계 9위로 지난해에 미국의 최대항구인 LA를 앞질렀다. 제벨알리에는 세계 각국 5천5백 여 개 기업의 물류창고가 들어서 있고, 두바이 공항 이용객 수는 2천2백만 명으로 4년 만에 2배가 증가했다. 그리고 두바이는 중동의 비즈니스 허브인데 인터넷 시티에는 600여 개의 IT기업이, 미디어 시티에는 200여 개의 미디어회사가 입주해있다. 두바이의 한 해 관광객 수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 볼거리로 넘쳐나는 이집트보다도 많은 750만 명에 이르렀다니 관광허브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최근에는 국제금융거래소를 개장하여 금융허브로까지 발돋움 하려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두바이의 변화를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언론에서 소개된 것처럼 성공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불안정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평가를 잠시 유보해야 한다. 그러면 성공한 것은 무엇이고 불확실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중동의 물류 및 비즈니스 허브가 된 것은 확실히 성공한 것이다. 이런 성공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지도자의 리더십을 많이 꼽지만, 정책의 성공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의 성공요인으로 우선 지리적 이점을 들 수 있다. 두바이는 중동은 물론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어, 비행시간 5시간 이내에 미주를 제외하면 웬만한 큰 도시에 다 갈 수 있다. 그리고 지형적 특성 때문에 중동 지역에서는 비교적 일찍부터 국제적 교역항으로 발전했다. 이런 지리적 이점과 역사적 경험은 이후의 두바이 발전에 분명 큰 기여를 했다. 다음 성공요인으로는 이른바 ‘천연자원의 역설’(natural resource paradox)을 들 수 있다. 최근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천연자원을 많이 가진 나라가 오히려 낮은 성장률을 보인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발견했는데, 두바이에도 이런 역설이 적용된다. 즉 중동지역에는 세계 전체 석유매장량의 3분의 2가 집중되어 있지만, 유독 두바이는 이런 축복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것이 오히려 두바이의 발전을 촉진한 것이다. 1970년대 오일 붐 덕택에 두바이에도 많은 오일 달러가 유입되었지만 당시 두바이의 수장인 세이크 라시드(Sheikh Rashid)는 석유가 곧 고갈될 것을 예상하고 다른 발전전략을 채택했다. 그것이 바로 중동의 허브 전략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이 지적된다. 두바이 정부는 이때부터 두바이 항만과 공항 등 물류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고 제벨알리 경제자유지역을 지정하였다. 세 번째로 들 수 있는 성공요인은 선점이익(first mover advantage) 이다. 사실 중동에는 지역거점을 두고 두바이와 경쟁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중동국가는 이슬람 종교원리에 충실한 관습을 유지하고 있고, 인프라나 생활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아 외국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과 스폰서 제도라는 중동 고유의 외국인 투자제도 때문에 외국기업이 투자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두바이는 1985년에 이미 투자제한이 완전히 폐지된 경제자유지역을 지정하고 국제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버블 가능성 높고 양극화도 난제 네 번째는 오일머니 효과(oil money effect)이다. 사실 1970년대의 오일붐과 최근의 고유가 상황이 없었다면 두바이는 이렇게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유가 덕분에 중동경제가 급성장하고 상품 및 서비스 교역, 금융거래, 인적 교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두바이 성장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지금 두바이에 유입되는 대부분의 자금 역시 인근 산유국의 오일머니로 추정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그 비율을 70%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이른바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이다. 두바이의 120만 인구 중 약 80%는 외국인이고 이들은 180여 개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두바이 수장인 세이크 주변에는 영국 등 유럽 각국에서 온 2천여 명의 전문가 자문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블루칼라 노동자는 인도, 파키스탄 등 인근 개도국 출신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의 인적 자원을 국적이나 피부색에 관계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모스크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아잔소리나 무슬림 여성들의 히잡(Hijab)이 없다면 아랍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두바이에 성공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위험도 동시에 가져왔는데, 최근 그 부작용의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이 정부나 왕족 소유의 투자회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나 위험관리에 대한 고려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자칫 과잉투자나 버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서구 언론들은 두바이의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가 말 그대로 사상누각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두바이의 주가지수는 최근 4개월간 약 50%나 하락하여 버블 붕괴가 이미 현실화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내부의 자생적 제조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유가하락으로 인근 중동경제가 침체하면 두바이 역시 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의 위험을 들 수 있다. 두바이의 평균 소득은 3만달러이지만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소득은 사실 3천달러 수준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일자리 유지를 위해 꾹 참고 있지만 열악한 근로조건과 저임금, 주택난과 물가상승에 대한 그들의 불만이 언제까지나 잠복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지난 3월에만도 몇 건의 사보타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퍼붓기식 투자가 지속 가능한 투자로 전환되지 않고 저임금 외국노동력의 이용이 이민노동자의 사회적 포용이라는 진정한 세계시민주의로 발전하지 않는 한, 두바이는 시한폭탄이 들어 있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은 것이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bypark@kie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