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자유무역에 제동 건 미국 민주당 작성자 STEPHEN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3339 등록일 2006/12/6 (0:17) 자유무역에 제동 건 미국 민주당 Booting Trade 미-베트남 FTA 법안 부결… 대중영합주의에 휩쓸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신자유주의마저 거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는 중간선거 패배 이후의 또 다른 타격이다. 11월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베트남에 도착한 부시는 빈손이었다. 그는 APEC 회의 주최국인 베트남에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선물로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양국 간 FTA 법안을 부결시켰다. 언뜻 보면 공화당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 반란의 시작 같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당 출신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의 정치적 유산인 자유무역 노선을 민주당이 거부한 행위이기도 했다. 아칸소주 지사 시절 클린턴은 열렬한 자유무역주의자였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공화당의 정책 영역인 자유무역을 채택하면서 민주당을 중도 노선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을 밀어붙인 사람도 바로 클린턴이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인 로버트 루빈은 각료들 중 최고 실력자로 부상했다. 루빈은 자비로운 자유시장을 인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복음을 전하면서 월스트리트의 경제전문가들과 워싱턴의 진보파 모두에게서 지지를 이끌어냈다. 자유무역을 향한 클린턴의 신념은 너무도 확고부동해 경제전문가들은 1960년대의 용어를 부활시켜 그의 경제철학을 정의했다. 바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였다. 그러나 이제 그 신자유주의 교리는 대부분 사라졌다. 무역을 창조의 수단이 아니라 파괴와 동일시하는 대중영합주의적(populism) 파도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베트남과의 교역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려던 미국 정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공화당의 성급한 지도부가 져야 한다. 그들은 부시의 하노이 방문에 맞추려고 관련 법안을 성급히 의회에 상정했다. 의원들의 지지를 규합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말이다. 결국 그 법안은 하원에서 의결정족수인 3분의 2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에서는 찬성 94표에 반대 90표가 나왔다. 비중 있는 무역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간선거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내년 1월 하원의 주도권을 행사하게 되면 반(反)무역 정서는 훨씬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간선거 기간에 민주당은 세계화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에게만 이익이 된다며 맹비난했다. 또 세계화는 해외 외주(外注), 임금 성장의 정체, 불법 이민 증가 등을 초래하며 미국인 실업의 근본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새로운 각종 무역 협상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부분적으론 벌써 그 약속을 이행 중이다. 메릴랜드대 공공정책 대학원의 I M 데슬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현재 미국은 경제적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 문제에 가장 손쉽게 대처하는 방법은 각종 무역협정을 비판하는 일이다.” 이 같은 민주당 측 반란은 강력한 계기를 맞았다. 중간선거가 있기 한 달 전쯤, 오하이오주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셔로드 브라운 후보는 극렬한 반(反)무역 견해 때문에 극단론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저서 ‘자유무역의 신화: 미국의 무역 정책은 왜 실패했나?(Myths of Free Trade: Why American Trade Policy Has Failed)’는 대중영합주의적이며 애국주의적인 선언문이다. 또 자유무역은 필연적이고 좋은 제도이며 이미 확립된 미국의 전통이라는 클린턴식의 개념을 철저히 비판한다. 브라운은 클린턴의 신자유주의 유산의 주춧돌인 NAFTA를 맹비난하면서 NAFTA가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선거 결과 브라운은 56%의 득표율로 공화당 현역 의원 마이크 드와인 후보를 간단히 물리쳤다. 브라운은 이번 승리로 민주당의 새로운 대중영합주의의 기수가 됐다. 저명한 소비자 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창설한 로비단체 ‘세계무역 시민감시단’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현역 하원의원들을 누르고 당선된 민주당 후보들 중 약 3분의 1은 이미 의회에서 비준된 무역협정들을 미국인 노동자 보호와 환경기준에 미흡하다고 공격하는 유세 전략을 구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당선된 민주당의 히스 슐러는 공화당 후보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 반대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또 상원선거에서 몬태나주의 존 테스터 민주당 후보는 무역협정이 “미국인의 일자리와 몬태나주 전역의 가족농장·대목장의 생존 능력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성토했다. 버지니아주의 제임스 웹 민주당 후보는 ‘공정성’을 내세워 무역·세금 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자칭 사회주의자인 버몬트주의 버니 손더스 후보(민주당 측과 전략회의를 한다)는 중국과의 무역을 “절대적 재앙”이라고 규정하고 “그로 인해 미국인 일자리 150만 개가 사라졌다”고 공격했다. 자유무역보다 ‘공정성’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이 깨져가는 정서를 반영해준다. 아직도 열렬한 자유무역론자인 루빈조차 그것의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 산하 정책 연구기관인 해밀턴 프로젝트(루빈이 총괄 책임자다)는 최근 대다수 미국 가정의 소득 감소와 평균적 실직 기간의 확대로 불안감이 고조된다고 경고했다. 해밀턴 프로젝트 측의 의뢰로 실업보험 확대 필요성을 연구하는 무역 전문가 하워드 로젠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들은 자유무역 때문에 근로자들이 희생되는 사태를 우려한다. 이제 무제한적인 자유무역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부시는 하노이로 가던 도중 싱가포르에서 행한 연설에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지지하면서 고립주의와 보호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는 명백히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베트남과의 FTA 협상이 좌절된 사태는 백악관의 앞길이 험난하리라는 점을 예고한다. 백악관 측은 답보상태에 빠진 전 세계 다자간 자유무역 협상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페루·콜롬비아·한국·아랍에미리트·남아공·말레이시아 등과 양자협정을 논의 중이다. 메릴랜드대 데슬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새 무역협정들이 당연히 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미국 근로자들이 부당하게 낮은 인건비를 받는 외국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진심으로 우려한다.” 부시는 지금 시간에 쫓긴다. 그의 ‘신속 처리 권한’(fast-track authority: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무역법안이 내용 수정 없이 가부[可否]만 표결되도록 하는 권한)이 내년 6월이면 소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회에서 자유무역이 만들어낸 두려움이 고조되는 만큼 부시의 신속 처리 권한은 약화되거나, 심지어 박탈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미 의회 관측통들은 하원 세입·세출위원회의 차기 위원장으로 유력한 찰스 랭글 민주당 의원이 대외무역, 특히 대(對)중국 무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리라 전망한다. 하원 민주당 측의 한 고위 보좌관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지적재산권법 시행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위안화 자유화에 저항하는 점을 들어 중국을 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 언론에 발언할 권한이 없어 익명을 요구한 그 보좌관은 또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문제들에 관한 (중국 측의) 감독과 시행이 지연돼 왔다. 따라서 우리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행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앞으로 분명히 보게 되겠지만, 새 의회는 좀 더 균형잡힌 무역정책을 입안하는 데 보다 강력한 역할을 담당한다.” 간단히 말해 앞으로는 자유무역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STEPHEN GLAI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