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환율하락과 경제동향
작성자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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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775 등록일 2006/1/18 (1:40)
<포럼>
환율 하락과 연구개발 투자



연초부터 달러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월 11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일에 비해 엔화 및 원화에 대해 달러 가치가 벌써 약 2.8% 정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 기업들의 경우 상당한 환차손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최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되고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면서 어느 정도 예견돼 온 상황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축소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져야만 한다.

미국의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는 달러화 가치의 하락세가 어느 정도 저지될 수 있었으나 미국의 고금리 행진이 멈추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 요인이 두드러지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달러화 약세 움직임이나 환율 변동성 확대가 단기에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앞으로 위안화의 절상이 가시화한다면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경우, 수출기업은 환차손이 발생하겠지만 주로 내수에 의존하면서 수입 원자재나 중간재를 사용하는 기업은 수입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즉, 수출 기업이냐 내수 기업이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외환 당국의 개입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외환 당국도 시장에 개입하는 데는 현 시점에서 여러 모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 이러한 환율 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부터 오는 환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우선적으로 결제통화의 다변화, 선물환 등 외환 파생상품, 환 변동보험 등을 이용하여 환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만 할 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가 됐던 1985년 9월에도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주요 선진국 간에 외환시장 개입을 합의한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238.85 엔·달러였던 환율이 143.05 엔·달러로 불과 2년 사이에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67%나 올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에 일본의 수출은 증가했고, 경상수지 흑자도 커졌다. 다시 말하면 일본 엔화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우 수출 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우리 수출 기업들도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환율 방어에 의존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다. 무엇보다도 수출 상품의 경쟁력을 장기적이고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기업 차원에서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충해야 할 것이다.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선진국들의 R&D 투자는 엄청나다. 빠른 속도로 우리 경제를 따라잡으려는 중국을 뒤로 따돌리는 한편 선진국들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R&D 투자를 대폭 확충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최근 일본 정부는 전체적으로는 긴축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과학기술 예산만은 예외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이만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도 과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막대한 R&D 투자를 한 덕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이공계 기피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나 성장잠재력의 저하를 겪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R&D 투자가 위축됐던 것도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조직이 바로 각종 연구소다. 지금도 우리는 그 당시 많은 연구원이 연구소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상황을 기억한다.

성장잠재력이 크게 손상되고 환율마저 떨어지는 현 경제 상황이 우리 경제가 처한 또 다른 위기임을 인정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정부나 기업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는 R&D 투자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해야 할 때이다. 그 가운데서도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창규 / 명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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