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새로운 문명이 오고있다
작성자 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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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359 등록일 2008/1/1 (21:13)
12인 학자들이 진단하는 문명의 새 물결 [새로운 문명이 온다]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입력 : 2007.12.31 23:45 / 수정 : 2008.01.01 02:28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문명’의 징후를 탐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공 교수 12명이 1월 초 집중적으로 세계를 누비고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문명’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동수 경희대 교수(정치사상)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공화주의 현장을 찾아간다. 핀란드의 의회 및 교육현장을 통해 ‘공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공화주의 철학자 모리지오 비롤리 프린스턴대 교수 인터뷰를 통해 공화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한다.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리더십)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종교분쟁현장을 탐방하고, 장인성 서울대 교수(국제정치)는 일본의 공동체 연구자들을 만나 동아시아 ‘트랜스 내셔널’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염재호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게이츠 재단’을 방문하고, 박용승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인간의 가치를 경영에 응용하고 있는 기업인 미국 ‘멘스 웨어하우스’를 찾아 21세기 새로운 기업의 모습을 진단한다. 김용학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수많은 네티즌이 만들고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작업을 통해 ‘집단 협동’이라는 생산방식이 새로운 문명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제 과학기술은 단순히 경제동력을 얻기 위해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위한 과학이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순간에 있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와 이상욱 한양대 교수(과학철학)는 시민을 위한 과학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네덜란드 라테나우 연구소를 찾아가 과학기술 발전의 방향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사회생물학)와 이관수 동국대 교수(과학기술사)는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통합 학문’을 추구하는 미국의 학문 현장을 찾는다. 전영백 홍익대 교수(미술사), 김학민 경희대 교수(오페라연출)는 미술과 오페라·뮤지컬 등 예술분야에서 서로 다른 장르가 관통하는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진단한다.

  • 새로운 문명이 온다 기획을 위해 핀란드 헬싱키를 찾은 이동수 경희대 교수가 독자들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수 기자

 

 

 

이동수 경희대 NGO대학원장·정치사상
입력 : 2007.12.31 23:43 / 수정 : 2008.01.01 03:2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31/2007123101073.html
국경과 이념 가로질러 공생의 북소리를 울려라

새로운 문명이 온다. 갈등과 반목, 무절제한 자유와 획일적인 평등을 넘어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이루는 신(新)문명은 21세기 우리에게 곧 다가온다. 종교·국가·종족·언어의 차이를 넘어 인간 모두가 행복한 삶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새 문명의 징후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경희대(총장 조인원)와 공동으로 신년기획 ‘새로운 문명이 온다’를 연재한다. 정치·경제, 사회·문화, 과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교수 12명을 새해 벽두 세계 구석구석에 집중 파견,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문명의 현장을 직접 답사한다. 1월 중순 첫 보고를 시작으로 10회에 걸쳐 독자 여러분들을 새 문명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새로운 문명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과 실천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로 의존하는 인간’의 발견,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공화민주주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본주의, 사회문화적 차이들의 ‘가로지르기’와 ‘융합’을 통해 새 문명은 피어난다.

◆’호모 레시프로쿠스’의 탄생

새로운 문명은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전제로 한다. 신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부르짖은 근대는 생각하는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인간의 주체성을 찾았다. 그러나 이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팽배, 이기심의 발호, 타인에 대한 지배와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19세기엔 노동과 실천행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노동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그러나 노동하는 인간 역시 그 성과를 타인과 공유하기보다 자신의 이기심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파베르’ 모두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생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 21세기 새로운 문명은 무엇보다 서로 의존하는 인간, 즉 ‘호모 레시프로쿠스(Homo Reciprocus)’의 탄생을 필요로 한다. ‘호모 레시프로쿠스’는 상대와 경쟁하지만 상대에 의존하고 협력하지 않고는 자신도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을 말한다. 근대는 인간을 해방시켰다. 하지만 ‘자기중심적 휴머니즘’만으로 인류의 해방은 요원하다. ‘호모 레시프로쿠스’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민주주의를 넘어 공화주의로

한국은 1948년 건국 이래 9번의 헌법개정을 거치면서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제1조 제1항의 규정을 바꾼 적이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상당한 정도의 민주주의를 성취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기적인 민주주의에 머물러 있다. 계층간·노사간·지역간·세대간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민주화는 정치발전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은 민주를 바탕으로 사회통합과 공동체 조화를 이루는 ‘공화(共和)’에서 이루어진다. 한국은 그동안 헌법에 적시된 ‘민주’의 이념은 충분히 반영했지만, ‘공화’의 덕목을 실천하는 데는 미숙했다.

핀란드는 복지를 통해 ‘공화’를 추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헬싱키대 파트리크 스케이닌 행태과학대학 학장은 “모든 사람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복지제도를 만들었으며, 이것이 바탕이 되어 고도성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척박한 토지에 오랜 기간 스웨덴과 러시아의 식민통치를 받은 핀란드는 모든 사람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다. 서로 의존적인 공동운명체를 건설하기 위해 복지가 필요했으며, 이것이 상호협력을 통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 새로운 문명이 다가온다. 갈등과 반목을 넘어 인간 모두가 행복한 삶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새 문명의 징후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공연 기업‘태양의 서커스’공연에서 출연자들이 하늘로 비상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로이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20세기 들어 심대한 도전을 겪었다. 자본의 지배는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 못 가진 자들의 전체적인 거부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 또한 인간의 본성과 역사의 동력을 잘못 이해한 나머지 결국 1990년대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폐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국가간의 격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본주의를 강조한다. 세계 제일의 갑부인 게이츠는 2000년 부인 멜린다와 함께 게이츠재단을 만들어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처음 1000억원의 출연금으로 시작된 게이츠재단은 그 후 2년 만에 2조원, 그리고 또 다른 세계적 갑부인 워런 버핏으로부터 30조원을 기부받아 이제 무려 34조원의 재원을 갖고 있다. 오늘날 자본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면서도 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여 자본주의의 건강성을 회복시키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의 가로지르기와 융합

새로운 문명은 종교와 예술 분야도 비켜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20세기 문명은 자기 문명권 내에 안주하면서 다른 생활방식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우월함만 주장했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처럼 극단적으로 충돌하거나, 서구문명의 보편성을 전제로 다른 문화권을 정복하는 문화제국주의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이젠 다양한 문화의 가로지르기와 융합만이 풍요로운 삶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공연예술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 공연예술은 장르들을 섞는 ‘종합예술’을 지향한다. 그 첨단에 프랑스 ‘태양극단’의 설립자이자 아방가르드 연출가인 아리안느 므누슈킨이 있다. 러시아계인 그녀는 서양과 동양문화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녀는 “서양연극의 형태로는 더 이상 관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을 연출한 줄리 테이머 역시 서구전통 양식인 뮤지컬에 인도네시아 인형극과 아프리카 민속음악 등을 창의적으로 융합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새로운 문명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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