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어떻게 세계 금융위기로 번졌나
작성자 곽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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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8674 등록일 2008/10/15 (7:37)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어떻게 세계 금융위기로 번졌나




 

담보를 담보로 세계에 판 채권 ‘부실 연쇄폭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국의 국제 공조체제 속에 ‘일단’ 진정되는 기미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고 어떤 규모로 후폭풍이 닥칠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알기 쉽도록 금융위기의 발단과 전개 과정, 전망 등을 정리해 보았다.》

Q. 글로벌 금융위기는 언제, 무엇이 발단?

집값 떨어지자 담보대출 상환 길 막혀


미국 정부는 2000년 5월 벤처거품이 꺼지고 2001년 9·11테러 사태를 겪으면서 경기가 침체되자 금리를 낮추고 주택경기를 띄웠다.

이에 따라 집값이 오르자 모두 앞 다퉈 낮은 금리로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이에 따라 집값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업체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빚을 못 갚으면 담보로 잡은 집을 팔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2005년 미국 중앙은행(FRB)은 주택경기 과열을 억제하고 외국에서 투자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그러자 집값 거품이 빠지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집값이 담보가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돈을 빌려줬던 모기지 업체의 손실도 급속히 불어났다.

주택 가격 하락이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과, 모기지 업체의 부실로 끝났다면 간단한 문제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기지 업체들은 주택을 담보로 내준 대출 자체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다. 이것이 주택저당채권(MBS)이다. MBS를 산 금융회사는 이런 채권을 여러 개 모아 또 다른 채권으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것이 부채담보증권(CDO)이다. 담보는 원래 하나(주택 한 채)였는데, 담보를 담보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금융상품이 생겨났고 이 상품이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금융회사에 팔려 나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주택 버블이 꺼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실도 전염됐다. 채권을 샀던 헤지펀드투자은행들도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거나, 원금보다 적은 돈만 돌려받게 되면서 손실이 나기 시작했다. 2007년 2월 HSBC가 모기지 사업 관련 손실 규모를 발표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본격 촉발됐다.

직접적인 손실을 본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은 당장 자금난을 맞았다. 직접 손해를 보지 않은 금융회사들까지도 “어디에서 폭탄이 터질지 몰라” 대출을 극히 꺼리기 시작했고 이미 투자해 둔 돈까지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의 ‘자금 가뭄’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Q. 왜 갑자기 지난달에 문제가 커졌나

손실 못견딘 투자은행들 파산이 불지펴



미국 금융계를 이끌었던 투자은행(IB)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관련된 투자 손실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파산하는 등 미국 금융산업의 뿌리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로 자금난에 시달려 오다 올해 3월 미국 상업은행인 JP모간체이스에 팔렸다.

9월 들어서는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도마위에 올랐다. 미 정부는 양 기관에 각 1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단행해 불을 껐다. 하지만 곧이어 14일 미국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500억 달러의 헐값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팔렸다. 이튿날에는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투자은행으로 대표되는 미국 금융산업 전체가 벼랑 끝에 몰렸다. 16일에는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정부 지원으로 살아났다.

미국 정부는 19일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해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긴급경제안정법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자기 배만 불려온 월가를 돕는다는 국민의 반감으로 하원에서 한 차례 부결됐지만 결국 통과됐고 이후 국제 공조체제의 출발점이 됐다.

Q. 구제금융은 어떤 방식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나

신뢰 잃은 은행, 정부 보증으로 뒷받침


금융위기의 가장 큰 본질은 은행과 은행이 서로 믿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로가 상대편에 돈을 빌려줬다 떼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돈이 돌지 않게 된다. 서로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은 정부 돈으로 이 불신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미국처럼 정부가 은행의 부실 채권(떼일 가능성이 큰 대출)을 사들이거나, 영국처럼 아예 은행의 지분을 사들여 일정 부분 국유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앞부분은 한국의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뒷부분은 한국의 예금보험공사가 외환위기 후 수행했던 역할이다. 이렇게 정부가 보증을 서게 되면 은행 간에 돈이 돌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경제도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Q. 왜 한국은 유난히 환율이 뛰었나

외국인들 달러 확보 나서자 ‘품귀현상’


환율이라는 건 쉽게 말하면 달러의 값어치다. 시중에 달러가 귀해지면 달러 값이 뛰고, 반대라면 달러 값이 떨어진다. 한국에서 유난히 달러 값이 뛴 것은 다른 나라에서보다 달러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해외에서 들여온 원자재와 기름으로 상품을 만들어 이를 수출해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국제 기름값이 크게 올랐다. 원자재 가격도 마찬가지다. 자연히 이를 사는 데 달러가 더 들게 됐다. 여기에 골프여행이다, 유학이다 해서 국민이 해외에서 쓰는 달러도 꾸준히 늘어났다. 한국에서 달러가 부족해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주식부터 팔기 시작한 것도 한 원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면 원화를 받게 되는데, (외국에서는 원화를 쓸 수 없어서) 이를 일제히 달러로 바꾸려고 하니까 달러가 귀해지고 달러 값도 뛰게 된다.

달러를 가진 사람(수출기업 등)은 달러가 갈수록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달러를 움켜쥐고 있고, 일부에서는 당장 달러가 필요 없는데도 사재기에 나서는 사례도 나타났다.

Q. 금융위기는 언제 끝나나

집값이 관건… 불길 잡는데 최소 1년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난을 풀기 위해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합의해 금융위기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기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인 미국의 집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지느냐에 따라 금융권의 추가 부실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길을 수습하는 데 최소한 1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월 이후로는 지구전”이라는 말을 했다.

‘실물 부문의 후폭풍’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넘겼지만 소비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채산성이 악화된 기업들은 무너지게 된다. 기업들이 무너지면 일자리와 가계소득이 줄고, 다시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한국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이른바 ‘미세 조정’이다. 환율이 오르거나 내리는 큰 추세는 시장 흐름에 맡기되, 다분히 투기적인 요인으로 하루에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리면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일정 부분 개입을 하는 식이다. 다만 은행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우려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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