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臥薪嘗膽
작성자 史記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6146 등록일 2010/10/30 (4:29)
와신상담(臥薪嘗膽)


 “앗!” 오나라 왕 합려는 말을 타고 도망치다가, 좌전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막는 순간 엄지손가락에 화살이 박혔다.

 그러나 엄살 떨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월나라 군사가 격렬하게 뒤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곳이 취리(절강성)였으며, 형땅까지 쫓겨왔을 때쯤에는 합려의 상처는 손가락 정도가 아니라 가슴의 심장 부위까지 악화되고 있었다.

 합려는 죽음을 예감했다.

 “태자 부차(夫差)를 불러라!”

 부차가 도착하자 합려는 아들의 손을 잡고는 애절하게 부탁했다.

 “월나라를 잊지 말거라! 월왕 구천(句踐)이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죽어가는 부왕을 바라보던 부차는 이렇게 소리질렀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3년 안으로 반드시 복수하겠습니다!”

 오나라 왕이 된 부차는 부왕의 유언을 잊지 않으려고 일부러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섶 위에서 잠을 자고(臥薪), 침전으로 찾아오는 신하들에게는 반드시 이 말을 외치도록 했다.

 “부차야, 월왕 구천이 너의 애비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그럴 때마다 부차는 벌떡 일어서며 대답했다.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3년 안으로 반드시 원수를 갚겠습니다!”

 이토록 밤낮없이 복수를 맹세하면서 부차는 은밀히 군사를 훈련시켜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나라의 이런 움직임이 월나라 구천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무어라고? 부차가 과인에게 복수를 다짐한다고? 괘심한 놈! 뛰쳐나오기 전에 과인이 먼저 가서 그놈을 크게 혼내 줘야겠다!”

 그러자 월나라의 대부 범려가 구천을 간곡히 말렸다.

 “무기는 흉기이며 전쟁은 역덕(逆德)입니다. 서로 다투는 일이야 말로 사물의 가장 더러운 가치라고 들었습니다. 하늘도 역덕을 꾀하며, 흉기를 즐겨 사용하며, 몸을 더러운 곳에 두지 말라며 경고하였습니다. 더구나 지금 공격해 봐야 이로운 게 도무지 없습니다.”

 그런데도 월왕 구천은 막무가내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그런 애숭이한테서 그따위 모욕적인 소릴 듣고서도 가만 있으란 말이오? 이미 결심했으니 말리지 마시오!”

 구천은 대군을 일으켜 오나라땅 부초산(夫椒山:강소성)으로 쳐들어 갔다.

 그러나 월군은 절치부심 이를 갈고 있던 오나라 부차를 이길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맞서 나오니 더욱 잘됐다! 월군을 철저하게 때려 부셔라!”

 성난 부차한테 쫓겨서 구천은 회계산(會稽山:절강성) 위로까지 쫓겨 올라갔다.

 부차는 끊임없이 뒤쫓아 가서 회계산을 완전히 포위해 버렸다.

 절망적이었다. 군사들도 대부분 전사하고 5천명 정도 남은 군사들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더구나 회계산 꼭대기에 식수와 식량이 있을 턱이 없었다.

 월왕 구천은 전쟁을 극구 말리던 대부 범려를 가까이 불렀다.

 “이젠 속절없이 죽었구려! 과인이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이 지경이 되었소! 과인이 어떻게 인생을 정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소?”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던 범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천도(天道)를 본받아 하늘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며, 위급한 상태를 안정시키려면 인도(人道:겸손)를 본받아 인심을 얻어야 하며, 비용을 절감하면서 사물을 다스리려면 지도(地道)를 본받아 땅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하니 지금은 모름지기 자신의 말씀을 낮추시고, 예를 두텁게 하며, 우리의 진귀한 보물들을 오왕에게 헌상하십시오.

오왕 부차가 그래도 강화를 허락하지 않겠다면 대왕께서 직접 가시어, 마치 장사꾼이 교역을 통해 이익을 나누는 것처럼, 그런 방법으로 지금은 오왕을 섬기는 길밖에 없겠습니다.”

 한참을 한숨만 푹푹 쉬던 구천은 탄식하듯이 말했다.

 “그 방법밖에 없단 말이오?”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낙심 마시고 대부 문종을 보내시어 일단 강화를 청해 보심이 순서일것 같습니다.”

 문종이 불려왔다.

 “기다려 보십시오. 일단 내려가 부차를 설득시켜 보겠습니다.”

 문종도 부차를 설득시킬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부닥쳐 보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되었다.

 저만치 오왕 부차의 모습이 보였다. 문종은 멀리서부터 무릎으로 기어 오왕 앞으로 들어갔다. 가서는 머리부터 조아렸다.

 “이미 대왕의 신하가 된 월왕 구천이 여기 그의 신하인 대부 문종을 시켜, 감히 대왕의 아랫사람에게라도 말씀드려 보라 명하시기에 이렇게 왔습니다.”

 “그러니까 월왕 구천의 사절로 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래, 너의 그 오만무례하기 그지없는 왕은 무슨 말을 전하던가?”

 “이미 월나라는 오나라의 속령이 되었으니, 구천 역시 대왕의 충실한 신하가 될 것을 맹세하였고, 그의 처는 대왕의 노비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그쯤 나오자 오왕 부차는 몹시 기분이 좋았다.

 “으하하하… 그래, 구천은 과인의 신하가 되며, 그의 처는 과인의 노비를 자청하였다고? 그참 통쾌하군 그래. 그토록 자신의 과오를 자백하고 반성한다면 과인도 자비를 베풀지 않을 수가 없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초나라로부터 망명와서 객경으로 있던 오자서가 급히 나섰다.

 “아니되십니다! 하늘이 월나라를 오나라에게 주었습니다. 구천은 일시 곤고하여 굽히는 척하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절대로 받아주지 마십시오!”

 오자서의 주장에 오왕 부차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오나라의 처지도 힘겹소. 월이 항복해 왔는데 받아주는 척 하는 일도 피차에 좋은 일이 아니겠소?”

 “그건 월왕 구천의 사람됨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월왕의 성품이 어떻길래 그렇소?”

 “교활한 야망을 깊이 감춘 채, 오늘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성품입니다.”

 “그대 성품처럼 말이오?”

 부차의 빈정거리는 어투에 오자서는 잠깐 흠칫했지만 지지 않고 말했다.

 “두고 보십시오! 월을 지금 완전히 멸망시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입니다!”

 객경 오자서의 간언이 하도 완강했으므로 부차 역시 구천을 용서하는 일이 꺼림칙했다.

 “과인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소.”

 월의 대부 문종은 하릴없이 구천에게로 돌아갔다.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난 구천은 비통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 밖에 없겠구려! 처자를 죽인 뒤 나라의 보물들은 모조리 불태워 버릴 것이며, 결국은 저들과 결사적으로 싸우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을 뿐이오!”

 문종이 손을 흔들며 황급히 다시 나섰다.

 “잠시만 참아주십시오! 소신이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오나라 재상 백비 있지 않습니까. 그자는 탐욕스런 인물입니다. 이익을 미끼로 그를 유혹하면 좋은 방법이 있을 듯합니다. 소신이 다시 내려가 몰래 뇌물을 건네며 설득할 터이니, 대왕께서는 장렬한 결단을 아직은 미루어 주십시

오!”

 “원한다면 그렇게 해 보시오.”

 구천은 문종의 계략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문종은 절세의 미녀 세명과 값진 보석과 비단필을 잔뜩 싣고 백비에게로 가만히 찾아갔다.

 “부디 살려주시오!”

 백비는 입이 째지게 좋아했다.

 “걱정 마시오. 우리 대왕을 내가 잘 설득하겠소. 다시 오왕한테로 갑시다.”

 백비의 안내로 다시 부차한테로 나간 문종은 비장한 어투로 우선 이렇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부디 구천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 사례로 월나라의 모든 보물을 대왕께 바치겠습니다. 만일 불행하게도 용서해 주시지 않으시면 구천은 제 처자식을 죽이고 그의 보물들을 불태운 뒤, 남은 오천의 군사와 죽기살기로 싸운 후 장렬한 최후를 맞을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왕의 군사 역시 적잖은 손실을 입을것입니다!”

 문종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오나라 재상 백비가 오왕 부차에게 황급히 아뢨다.

 “월왕은 이미 신하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를 용서하십시오. 그렇게 하시는 게 우리 오나라에게는 이익이 될 것입니다.”

 오자서가 다시 간섭하고 나섰다.

 “큰일 날 소리십니다! 후회할 일은 남기지 마십시오! 구천은 현명한 군주입니다. 게다가 범려라는 대부와 여기 문종이라는 훌륭하고 충성스런 신하가 그를 보필하고 있습니다. 구천을 귀국시켰다가는 반드시 반역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즘에는 부차도 오자서의 말을 듣지 않았다.

 “과인은 구천을 그토록 대단한 인물로 보지 않소! 그를 용서했으니 오객경께서도 이젠 입을 다무시오!”

 그래서 월왕 구천 일행은 무사히 귀국할 수가 있었다.

 구천은 오나라 속령이 된 고국 월나라로 돌아오자, 우선 자신을 괴롭히는 자리에 두면서, 쓸개를 항상 옆에다 놓아두고는 그 쓴 맛을 보아(嘗膽) 회계산에서의 치욕을 상기했다.

 '너는 회계산에서의 치욕을 잊었는가!'

 그는 한 시도 자신을 질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구천은 몸소 밭을 갈았다. 부인은 몸소 옷감을 짰다.

 식탁에서는 육류를 빼버렸고, 의복에서는 색깔을 삼갔다.

 자신의 의견을 굽히고, 현인에게는 자신을 낮추었으며, 빈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빈민을 구제하기에 힘썼다.

 죽은 사람을 빠뜨리지 않고 조상했으며, 일반 백성들과 그 노고를 똑같이 했다.

 구천이 국정을 범려에게 맡기려하자 범려는 극구 사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군사문제에 관해서는 문종이 저보다 못하며, 국가를 부강케 하고 백성들을 잘 어루만져 따르게 하는 데에는 제가 문종보다 못합니다.”

 그래놓고는 대부 탁계와 함께 오나라로 인질이 되어 가버렸다. 군사훈련을 맡길까 싶어 걱정이 되어 그랬던 것이다.

 떠나기 전에 범려는 친구이며 같은 대부인 봉동에게 가만히 귀띔을 했다.

 “틀림없이 대왕께서는 오나라 정벌을 서둘 것이오. 그대는 대왕을 잘 달래기 바라오. 내가 돌아 올 때까지 말이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과연 월왕 구천은 전쟁 준비를 서둘렀다. 봉동이 가만 있지 않고 월왕에게 간했다.

 “우리 월나라가 무참하게 깨어진 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제사 간신히 풍성해지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눈에 띄게 군사훈련을 시키고 무기를 수선하는 등 저들의 신경을 자극하면 오나라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우리는 회복도 되기 전에 더욱 무참하게 깨어질 것입니다!”

 “뭐요?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았다는 얘기요?”

 봉동의 말에 구천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봉동은 지지 않았다.

 “새매도 공격을 할 때에는 일단 자신의 발톱을 감춥니다. 지금 오나라는 제나라·진(晋)나라·초나라를 쳤으며, 우리 월나라에 대해서도 경계심이 남아 있습니다. 요즘 오나라가 기고만장해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덕은 적고 공치사만 많다는 뜻입니다. 지나친 공치사는 반드시 스스로를 교만하게 만드니 그 때까지만 기다리십시오!”

 “아직도 때가 아니란 얘기군!”

 “지금 우리 월나라는 제나라와 관계를 좋게 맺는 일이 급선무 입니다.

초나라와도 그렇고 진(晋)과도 제휴하는 게 상책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나라에 대해서는 더욱 정중하게 대하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오가 전쟁으로 피폐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제·진·초와 더불어 오를 치면 삽시에 무너뜨릴 수가 있습니다!”

 구천은 불만스러웠지만 봉동의 간언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태가 다시 지났다.

 한편 오나라에서는 부차가 제나라를 치려고 서두르고 있었다. 오자서가 말렸다.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닙니다. 치시려거든 차라리 월나라를 치십시오.”

 “뭐요? 월나라를 쳐?”

 “구천은 맛있는 음식을 삼가고, 백관이나 백성들과 함께 고락을 함께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반드시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구천이 죽기 전까지는 그는 우리 오나라의 우환이 될 것입니다”

 “여보시오. 오백경! 근신하고 있는 월을 친다는 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오!”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나라가 우리 오나라한테 가벼운 피부병이라면, 월나라는 뱃속의 암과 같습니다. 제를 두고 월을 먼저 두들겨야 합니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오. 오객경같은 명의도 오진할 때가 있구려. 과인은 제를 먼저 치겠소!”

 오왕 부차는 한사코 제나라를 쳐서 애릉(艾陵·산동성)에서 깨뜨리고 대부인 고씨와 국씨들을 잡아갔다.

 더욱 기고만장해진 부차는 오자서를 불러 꾸짖었다.

 “어떻소?”

 “기뻐하시는 만큼 오나라는 피폐해졌습니다!”

 “무어라고?”

 “자결로써 저의 충성심을 보여드릴까요?”

 “그건 아직 허락할 수 없소!”

 한편 월나라에서는 문종이 월왕 구천에게 기발한 책략을 진언했다.

 “오왕 부차가 저토록 오만방자하게 구는 꼴을 보니 망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격하자는 얘기요?”

 “아직은 아닙니다. 더욱 오나라를 피폐케 만들어야지요. 이럴 때 시험삼아 곡식을 빌려달라고 청을 넣어 보심이 어떨는지요.”

 “부차가 과연 빌려줄 것 같소?”

 “허영심 많은 부차라 가난하면서도 짐짓 빌려줄 지도 모릅니다.

 한편 오나라에서는 곡식을 빌려달라는 월나라 사신을 맞고 있었다.

 “월나라가 요즘 그토록 어렵소?”

 “흉년이 들어 그렇습니다.”

 “구천이 과인의 말을 잘 듣고 있으니 상으로 곡식을 빌려 주지.”

 오자서가 가만 있지 않았다.

 “빌려 주다니요! 안됩니다!”

 부차가 벌컥 화를 냈다.

 “그대는 객경인 주제에 과인의 말에 무조건 트집만 잡는단 말인가!”

 “월나라는 가난하지도 않고 흉년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는 순전히 우리 오나라 실정도 파악할 겸 더욱 우리를 피폐케 하려는 간교한 계략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더욱 나빴다. 부차는 홧김에 월나라의 요구 수량보다 배나 더 빌려 주고 말았다.

 오자서는 탄식했다.

 “두고 보라! 군왕께서는 내 말을 듣지 않으니, 3년 후에 이 나라는 폐허가 될 것이다!”

 오나라 재상 백비도 월나라 문제를 두고 오자서와 자주 다툰 바 있었다.

 '이런 자는 오나라에 백해무익하다! 제거해야 되겠다!'

 백비는 오왕 부차에게 오자서를 참소했다.

 “오자서가 겉보기에는 성실한 인간으로 보이나 실상은 잔인한 인물입니다.”

 “그건 왜 그렇소?”

 “제 아비와 형조차 죽도록 내버려 두고 초나라에서 도망친 자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그가 군주인들 충성으로 보필하겠습니까!”

 “그랬었지!”

 “대왕께서 앞서 제나라를 치고자 하셨을 때 오자서는 강하게 말렸습니다. 그렇지만 대왕께선 큰 전공을 거두셨습니다. 도대체 오자서의 속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그러나 오왕 부차는 나름대로 오자서의 충성심을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그를 내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오자서가 제나라 사신으로 파견되었을 때였다. 그는 아들을 데리고 갔다가 제나라의 호족 포씨에게 맡기고 돌아왔다.

 “언젠가 나는 오나라에서 죽을 것 같다. 그러나 나 때문에 너마저 죽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재상 백비가 그 사실을 알았다. 재빨리 왕에게 고자질했다.

 “반란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해 아들을 미리 피신시킨 것 같습니다!”

 오왕 부차는 대로했다.

 “아, 이제야 말로 오자서 그자를 용서할 수가 없구나! 결국은 과인을 속이고 반란을 일으키려 계획했던 게 사실이었단 말이지!”

 오자서가 돌아오자 부차는 관리를 시켜 오자서에게 촉루지검을 내렸다.

날이 예리한 명검이었다.

 “이게 뭐냐?”

 “그대가 자결하도록 대왕께서 내리신거요!”

 “날더러 자결하라고?”

 “그럼 상으로 칼을 내리신 줄 아슈?”

 별 수 없이, 오왕 부차가 내린 칼을 받아든 오자서는 한바탕 크게 웃고나서 소리쳤다.

 “나는 부차의 아비 오왕 합려를 도와 천하의 패자로 만들었다. 더구나 부차 역시 왕위에 오르게 하는 공을 세웠다. 전날 부차는 그 공로로 나에게 오나라의 절반을 주고자 했을 때 나는 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는 도리어 간신의 참언만 믿고 나를 주살하니, 그자가 죽을 날도 머지 않았다. 두고 보라지. 내가 죽으면 그자는 혼자 남는다. 그를 위해 죽어줄 자는 아무도 없다. 또한 그자 혼자의 힘으로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오자서는 촉루검으로 목을 찌르기 전에, 가신에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내 눈을 도려내어 반드시 오나라 동문(東門)에다 걸어 놓아라. (월은 오의 동쪽에 있음) 월군이 쳐들어 와 오를 짓밟고 부차를 목베는 광경을 실컷 구경하겠다!”

 오자서를 죽인 오왕 부차는 모든 정사를 재상 백비에게 맡겼다.

 한편 월왕 구천은 범려를 불러들였다.

 “오나라에서는 부차가 오자서를 죽인 뒤, 탐욕스런 간신들과 특히 재상 백비 등이 부차를 그릇되게 인도하고 있으니 지금쯤 오나라를 쳐도 좋지 않겠소?”

 “조금만 더 참으시지요. 머잖아 오왕 부차가 제후국들과 황지(黃池:하남성)에서 회맹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를 노려보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듬해 봄, 오왕 부차는 오나라의 정예병들을 모두 거느리고 황지로 떠났다. 국내에는 태자와 노약자들 밖에 없었다.

 “절호의 기회입니다!”

 범려의 권고로 월왕 구천은, 수영에 숙달된 군사 2천, 정예군 4만, 왕의 친위대 6천, 군리(軍吏) 1천명을 거느리고 오나라로 쳐들어 갔다.

 오나라는 쑥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난전 통에 태자도 전사하고 말았다.

 “무엇이! 과인이 나라를 비운 사이에 국내가 난장판이 되었다고! 그러나 이 사실을 제후들에게는 발설하지 말 일이다. 오나라가 피폐해졌다는 소문을 듣게 되면 과인을 회맹의 장(長)으로 세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문을 오래 감출 수는 없었다. 오나라가 월에게 철저히 부셔졌다는 사실을 눈치챈 진(晋)왕 정공이 부차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오나라 처지에서는 진을 이길 수가 없었다.

 “회맹의 장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구려!”

 패자를 포기당한 부차는 홧김에, 월한테 대패했다는 소문을 퍼트린 신하 7인을 색출해 참살해버렸다.

 월왕 구천은 부차를 고소(姑蘇:강소성)로부터 시작해, 용동(甬東:절강성, 월의 동쪽 변경)까지 밀어붙였다.

 부차로서는 버틸 힘이 없었다.

 “누가 구천에게 가서 과인의 죄를 빌어 보시오."

 오왕 부차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신하 공손웅이 나섰다.

 “승산없는 싸움보다는 우선 죄 사함부터 받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제가 구천에게 다녀오지요!”

 결국 공손웅이 사신이 되어 구천한테로 갔다. 공손웅은 윗도리를 벗어 죄인처럼 무릎으로 걸어 월왕 구천 앞으로 나갔다.

 “고립무원의 대왕의 신하 부차를 대신하여 그의 신하인 이 공손웅이 그가 마음에 품고 있는 바를 대왕께 전하려 이렇게 나왔습니다. 왕년의 부차는 회계산에서 대왕을 괴롭히는 죄과를 범했습니다. 그 때 대왕의 명령을 거역하지 않고 화평을 체결해 부차는 대왕을 귀국하게 해 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귀하신 발걸음으로 외로운 부차를 주벌하셨습니다. 다만 부차는 대왕의 명령에 복종할 따름입니다. 왕년에 부차가 회계산에서 대왕과 화평을 체결했던 것처럼 지금은 부차를 용서하시고 다시 화평을 체결해 주십사 하고 비는 바입니다!”

 구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차를 용서하려고 하자, 범려가 득달같이 나섰다.

 “안됩니다! 회계산에서의 일은 하늘이 오나라에게 월나라를 내려 주신 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나라는 천명을 어기고 월나라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의 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곰의 쓸개를 씹으시며 22년을 복수를 위한 일념으로 버텨오신 지난 날의 곤고를 벌써 잊으셨습니까!”

 구천은 괴로운 듯이 대답했다.

 “과인은 그대의 말을 듣고싶으나 차마 그렇게는 전할 수가 없소!”

 잠깐 생각에 잠겨 있던 범려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소리질렀다.

 “월군은 내 명령에 따라 진군한다! 나는 기왕에 병력을 위임받았다. 오나라 사신은 주륙되기 전에 즉시 돌아가라!”

 오의 사자는 울면서 돌아갔다.

 그래도 구천은 부차가 불쌍해 범려 몰래 가만히 사자를 뒤쫓게 해서 말을 전하도록 했다.

 “우리 대왕께서는 그대의 왕을 용동으로 옮기게 해서 백가(百家)의 군장(君長)으로 삼아 여생을 편안히 살도록 해 주고싶다고 하셨소.”

 오의 사자가 돌아가 오왕 부차에게 그런 사정을 소상하게 전했다. 그러나 부차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이젠 늙었다. 은혜를 입는다해도 군왕을 섬길 힘이 없다. 무엇보다 이것은 구차스런 일이다!”

 오왕 부차는 자살하기 직전에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내가 죽어서 오자서를 볼 면목이 없구나!”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의 장례를 후하게 치러주었다.

 오의 재상 백비는 왕에게 충성스럽지 못한 인물이다 하여 잡아 주살해버렸다.

 월왕 구천은 머잖아 패왕으로 불려졌다. [出典:'史記']

 
   
     


다음글 이전글 목록 수정 삭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