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환율이야기] 연초 환율급락은 당연지사
작성자 GHDWOANS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4728 등록일 2006/1/18 (1:56)
[환율이야기] 연초 환율급락은 당연지사

글쓴이 : 홍재문   


연초부터 원/달러환율이 급락하자 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체들은 연초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내부회의를 거쳐 환율하락에 대비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바쁜 모습이다. 해외채권 발행을 예정하고 있는 업체들은 어떤 통화를 어떤 식으로 차입하는 것이 유리할 지 이모저모를 따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환율하락추세가 가져올 역풍을 우려하면서도 주가상승세가 이어짐에 따라 안도감에 젖어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대세상승의 심리가 어지간한 환율하락의 부작용을 이겨낼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시장 컨센서스다.
채권시장의 시황에도 채권수익률의 등락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환율을 꼽을 정도다.

외환당국은 항상 그래왔듯이 긴급대책회의란 것을 열고 환방어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알맹이 없고 식상한 대책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대책회의의 약발이 하루도 버티지 못했다.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를 넘은 현재 외환당국이 2003∼2004년과 같은 단순한 달러매수개입에 나설 처지가 아니다. 이미 2004년 10월 정기국감에서 외골수의 개입정책이 도마위에 올랐고 단순무식한 개입을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상태에서 국민의 세금을 무한대로 퍼붓는 현물환 매수개입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글로벌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외환보유액이 급증하게 된다. 현재 외환보유액에는 유로화와 엔화 등 비달러의 비중이 30%를 넘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외환보유액의 평가금액이 저절로 높아지게 된다.
지난 3일부터 단행된 당국의 개입이 5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할 때 이미 올해들어 1주일만에 외환보유액이 100억달러 넘게 증가했을 지 모르는 일이다.

원/달러환율의 하락은 새해들어 시작된 충격이 아니라 이미 작년부터 예고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년말까지 1010원선을 방어한 개입의 후유증이 현실화되면서 충격이 배로 커지고 있다.
작년 한해 전체를 봤을 때 1010∼1030원대의 정체가 너무 오래 지속됐기 때문에 환율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변동성이 급증할 것이라는 경고를 수없이 했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환율하락 쪽임을 단언했다.

작년말 1010원대 정체국면이 이어질 때 매도헤지를 등한시했던 수출업체들의 태도는 안일했다. 수억달러의 개입만으로 1010원선 방어에 성공했던 당국도 쓸데없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다.
국제외환시장이 연말 휴가시즌을 끝내고 새해의 거래를 시작할 경우 작년에 움직이지 못했던 것까지 감안해서 엄청난 모멘텀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 기사를 수없이 냈어도 시장은 눈앞의 정체국면에만 시각을 고정시켰을 뿐이다.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원유와 상품(commodity)에 집중했던 국제투기세력이 외환으로 관심을 돌릴 경우 2006년 외환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예고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받아들였다면 새해 벽두부터 일어나고 있는 환율하락세를 차분하게 받아들였을 일이다.

환율이 정체될 때 당국은 조금만 더 개입하면 정체국면이 좀 더 이어지겠지 하면서 시장에 손을 대는 우를 범한다. 기업체들은 조금만 더 정체가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한다. 시장을 미리 예상했다가 예상과 틀릴 경우 자신만의 문제가 되지만 남들이 다 곤혹스러워지게 되는 상황에서는 질책을 피할 수 있다는 보신주의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환율 정체는 선이고 급등락은 악이라는 외환당국의 인식은 문제가 크다. 물론 경제전반에 걸쳐 환율정체가 급등락보다는 낫다. 그러나 고정환율제조차도 자유변동환율제로 움직이는 판에 원/달러환율이 마냥 정체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것은 상식밖의 처사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 사람들에게 연초의 환율급락은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다음글 이전글 목록 수정 삭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