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北韓 신의주특구 구상 재가동 작성자 정창현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8047 등록일 2006/5/9 (9:30) 北韓 신의주특구 구상 재가동 “대계도 간석지 잇는 개발구상 본격화…북한의 ‘동북4성’化 우려도” 북한이 최근 대계도 간석지 제방 보강공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대계도 간석지는 평안북도 염주군에서 철산군에 걸쳐 있고, 면적은 8,800ha다. 북한은 1981년 염주군 다사도에서 소계도까지 4개 섬을 연결하는 방조제(총 13.6km) 공사를 착공해 1984년 완공했다. 소금기를 빼내는 제염(除鹽) 후 1996년 3,900여 ha에 대한 내부 개답(開沓)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1998년 발생한 해일로 1호, 3호 방조제가 유실된 후 규모가 작고 수심이 얕은 1호 방조제(다사도~가차도, 3,100m)는 곧 복구했다. 이번에 나머지 3호 방조제(소연동도~대계도, 8,450m) 제방 보강공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대계도 간석지를 주목하는 이유는 북한 당국이 2004년 신의주특별행정구 명칭을 없애고 대신 ‘신의주-대계도 경제개발지구’라는 명칭으로 바꾸어 특구 개발을 조용히 추진해 온 사실이 최근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북한이 2002년 발표한 신의주특별행정구 구상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식의 경제특구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두 차례 정상회담 통해 큰 틀 합의 특히 중국도 지난해 신의주~단둥(丹東) 간 새로운 압록강대교 건설, 경의선 구간 중 북한 측 구간의 개선을 위한 지원, 단둥~남포 간 해상항로 재개설, 단둥과 신의주특구를 포괄하는 수출가공구 설치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동국진흥’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중국의 신의주특구 개발안에 따르면 북·중 간의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단둥을 중심으로 한 물류·유통·가공수출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신의주는 단둥시 발전의 외연에 존재한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해부터 각자의 신의주 개발안을 기초로 구체적 논의를 했고,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의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한다. 이러한 내용 중 일부가 최근 언론에 보도됐지만 북·중 간에 합의된 세부 사안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은 항만과 공장 건설이 쉬운 대계도 간석지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지역이 일제 때부터 이미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일본은 1936년부터 대계도 간석지 구역 안의 다사도를 항만으로 개발하기 시작해 1939년 1,010m의 하역장을 갖춘 개항장으로 완공했다. 또 신의주~룡천~다사도를 잇는 39.5km의 철도를 1939년 7월 개통했다. 다사도는 그해 11월 신의주·만주와의 연계 개발을 위한 항만공업도시로 총독부의 ‘시가지 계획령’ 적용지로 설정됐다. 1941년에는 수풍댐부터 다사도항까지 당시 동양 최고 전압인 220kV 송전선이 연결됐다. 이러한 개발사업은 다사도에서 소다사도 쪽으로 약 2km, 폭 100m의 제방을 내 그 앞에 길이 750m의 안벽을 건설하고, 안벽 전면에 하역용 크레인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 일본의 패전으로 중지됐다. 일본의 ‘신의주-다사도 개발계획’은 만주와의 연계, 풍부한 전력과 저렴한 공업용지 및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식민지적 산업을 육성하려는 개발이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북한과 중국은 다시 이 지역에 주목해 공동으로 경제특구를 세우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항만·철도·도로·전기·산업용지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춰 최소의 비용 투자로 공업단지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2년 신의주특구 발표 전 북한 내부에는 북한의 독자개발안, 중국과의 협력안, 유럽자본과의 협력안 등 여러 방안이 제기돼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네덜란드 국적의 어우야(歐亞)그룹(유럽-아시아국제무역회사) 양빈 총재가 등장하면서 유럽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기울어 신의주특별행정구가 지정됐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반발로 양빈 총재가 체포되면서 이 구상은 무산됐다. 중국 동북지역의 랴오닝(遼寧)성은 2001∼2005년의 제10차 5개년계획을 준비하면서 ‘대외개방’을 주요 전략의 하나로 삼고 신의주와 접한 단둥시를 중국 전체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주요한 국경 세관, 교류의 현관이 되도록 한다는 구체적 방안을 설정했다. 랴오닝성 측이 입안한 단동∼신의주 연계 개발계획은 2000년 확정됐고, 이에 따라 압록강 하구에 약 6억 위안을 투자해 철도교와 고속도로용 도로교(4차선)를 신설하는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애초 구상과 전혀 다른 양빈 총재의 구상을 채택하자 중국이 신의주특구 개발을 무산시킨 것이다. 결국 신의주특별행정구 정책의 실패 이후 중국의 제안을 북이 받아들이는 형태로 북·중 간에 신의주-대계도지구 개발협력과 기타 자원 개발, 인프라 건설 지원 등의 경제협력이 추진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말 ‘업무정지’ 상태에 있다 복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3월 말 중국 경제특구 지역을 방문한 것에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지난 1월 장 제1부부장이 2002년 신의주특별행정구 구상을 주도했다는 풍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우한(武漢)·광저우(廣州)·선전(深?) 등 김 위원장이 시찰했던 지역을 장 제1부부장이 10박11일 일정으로 방문하고 돌아온 것은 북한이 중국의 구상을 일정하게 수용해 ‘신의주-대계도 경제개발지구’ 구상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북·중은 이미 특구 개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특구의 경제 및 정치 시스템 초안 작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중국 기업들이 설비·기술 등을 투자하고 북한은 용지와 인력을 제공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몇 개의 공장을 시범가동한 뒤 특구 규모를 점차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장성택 제1부부장 방중의 의미 이렇게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가속화하면서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 혹은 ‘위성국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양국의 경제관계는 정치적 의도라기보다 중국의 고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영향력 확대 과정의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의 경제봉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택의 폭은 크지 않다. 중국은 자체 자금능력으로 인프라 정비를 진행하고 산업부문에서 외자를 유치해 경제특구를 추진한 데 비해, 북한은 자금 부족으로 인프라를 포함해 외자에 의한 특구 개발을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신의주 개발이 중국의 협력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고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면, 중국의 정책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중국 성장의 실리를 유인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신의주 개발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중국의 신의주 진출을 방관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동 개발을 모색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은 상당기간 계속되겠지만 북·중 경제협력이 지속될 경우 대북 포용정책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 가서 대북 SOC 투자를 결정하면 너무 늦는 것 아닐까?쫒 정창현_ (사)현대사연구소장·국민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