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일본정치 어디로 가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작성자

중앙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8268

등록일

2006/5/9 (9:32)


	일본정치 어디로 가나? 바람만이 아는 대답 “민주당 오자와 컴백에 분위기 급변… 자민당 아베 신조에 불똥 조짐” 일본정치에 ‘장고’가 돌아왔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복귀한 것이다. 지난 4월7일, 그는 만신창이가 돼 가던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1942년생으로 아직 젊은(?) 나이에 13선의 노련한 정치가. 그가 과거 48세에 자민당 간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은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스스로가 말한다. 정당과 정파를 여러 개 만들었다 부수고 했던 그가 이제 민주당을 되살려 자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취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다양한 이념과 이익의 하숙집과도 같은 민주당 의원들이 오자와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대표로 선출한 이유는 그의 강력한 수완 때문이다. 정권교체의 ‘봉화’를 올리겠다고 선언한 그의 첫 구상이 노·장·청(老壯靑)정치다. 노인과 장년과 청년이 힘을 합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회복은 힘들다는 말이다. 돌아온 장고, 그리고 老壯靑정치 가짜 이메일로 자민당을 협박하다 민주당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나가타 의원이 37세, 그 와중에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반년 만에 당대표에서 물러난 마에하라가 44세. 이런 ‘청년’들에게 더 이상 정치를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도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64세의 ‘장년’ 오자와가 구성한 집행부를 보면 부대표 간 나오토(菅直人)는 60세, 하토야마 간사장은 59세, 그리고 과거 자민당 다케시타 파벌 때부터 오자와 옆에서 정치역정을 같이해 온 와타나베는 이번에 74세의 나이로 국회대책본부장을 맡는다. 청년 집행부에서 노장 집행부로 물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장·청정치의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고 있다. 차기 총리 최우선 후보로 꼽히는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다. 보수의 흐름 속에서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1954년생의 이 ‘젊은’ 정치가에게 자민당의 앞날을 맡긴다는 것에 대해 말은 못해도 못마땅한 자민당 노·장년 정치가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옆집 민주당에서 들려오는 노·장·청정치 이야기는 여간 듣기 좋은 것이 아니다. 특히 아시아 외교를 걱정하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1936년생)를 차기 총재로 미는 세력으로서는 분위기를 바꾸는 데 호재가 생긴 것이다. 또 다른 각도에서는 과거에 자민당 내 최대 파벌로 군림하다 모리-고이즈미 두 총리를 거치며 세력과 위상이 추락한 다나카-다케시타 라인의 轢셜?파벌이 재기의 기회를 노리는 데 국면이 좋아지고 있다. 9월의 총재선거에서야말로 모리파의 젊은 정치가 아베에게 권력을 주기 싫은 것이다. 불과 5개월 후로 다가온 일본정계의 향방에 대한 대답은 바람만이 아는 듯하다. 최근 일본 정계를 관찰하며 나가타초(국회와 정당이 모여 있는 정치의 본산)를 움직이는 것은 국익이라거나 이념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질투와 시기라는 분석이 유난히 주목을 끌고 있는 듯하다. 이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되는 분석 아닐까? 얼마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서 물러난 그런스펀이라는 사람은 미국에 가보기는커녕 달러를 만져 보지도 못한 한국인들도 수시로 듣던 이름이었다. 달러가 기축통화로 세계를 지배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그 후임으로 버낸키라는 사람이 임명되었다는데, 이 사람 이야기는 요새 잘 안 들리는 느낌이다. 그의 이름이 낯설어서일까? 아니면 그의 수완이 전임자보다 못한 것일까? 그 까닭을 살펴보면 한국에는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내막이 있는 것 같다. 인터넷이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포도덩굴처럼 엮어 세계의 금융시장이 24시간 돌아가고, 남에게 빌려 굴리는 미국돈의 향방에 따라 세계의 돈줄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그린 스펀은 무대 위의 주인공 같았다. FRB의 이자율 조정이 그의 영향력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이자율 인상은 거의 끝물이다. 마침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달러에 대한 가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기업가들에게는 아픈 이야기이지만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점점 늘 정도다. 이에 반해 유로 등 다른 통화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금값의 상승이다. 세계의 수많은 화폐가 통용되기 위해 표준 역할을 했던 금을 밀어내고 달러는 오랫동안 세계 화폐로서 위력을 발휘하지 않았던가? 달러와 금이 실질적으로 세계의 공통 화폐 기능을 공유하던 기간에 달러가치와 금값은 반비례 관계에 있었다. 달러와 금이 같이 오르던 최근의 상황은 비정상이었다. 이 비정상이 앞으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온스당 600달러 선에 접근한 금값이 700달러 고지를 향해 오를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이 도쿄(東京)의 선물업계에서 나돌고 있다. 이렇게 달러가 힘을 잃어 가는 반면 그 힘을 가로채는 듯한 기세를 보이는 것이 중국이다. 지난해 7월 달러에 대해 평가절상한 위안화는 기어가는 듯한 형상으로 서서히 상대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해마다 두 자릿수로 늘어 가는 수출과 투기자금의 유입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달러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 말 중국의 한 경제신문은 중국 외화보유고가 8,537억 달러로,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대라고 발표했다. 현재의 무역구조로 본다면 올해 안에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날로 쌓여 가는, 그리고 날로 가치가 내려가는 달러를 중국은 어떻게 할까? 대답은 자명하다. 보유를 줄일 것이다. 위안화의 환율을 정하는 기준인 통화 바스켓의 구성에서 현재 달러가 절대우위인 것이 틀림없지만, 그 구성 내용의 변동은 중국정부가 함구령을 내린 비밀이다. 굿바이 FRB, 헬로 차이나 지난 1월, 중국정부는 ‘외화 준비 통화 구성과 금융자산 구성을 합리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달러 보유를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달러에 대한 반기는 단순히 금융 차원을 넘어선다. 세계의 경찰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계의 매니저 노릇을 하려는 미국에 민족주의적 대항심을 키워 가고 있는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중동 등이 점차 달러 보유를 줄이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달러를 많이 보유한 한국이나 일본과 다르다. 과거 하시모토가 총리일 때 “미국이 까불면 일본이 보유한 미국 채권을 팔아 버릴 수 있다”는 식의 엄포를 놓았다 밑천도 못 건지고 혼난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러시아·중동·인도 등은 미국의 호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달러의 국제 정치경제 풍경화를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이 금이다. 유로화의 창설을 주창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만델은 앞으로 많은 나라가 달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무국적 통화인 금 보유를 늘릴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달러의 위상에 관계없이 계속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금 거래시장을 개설하더니 올해는 금 애널리스트 자격제도를 도입했다는 소식이다. 3단계로 된 이 자격증은 노동사회보장부에서 정식으로 발급되는 공인 자격증이다. 원래 중국인은 금을 좋아하는 터이니 앞으로 분석할 일이 많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금융 허브를 노리는 한국의 금융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한둘이 아닌 셈이다.

다음글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