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강화도의 희망 쑥 세계시장 간다 작성자 중앙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8894 등록일 2006/5/9 (10:28) 이재광 전문기자의 `지방을 가다`] 강화도의 희망 쑥 세계시장 간다 정부 연간 30억원 지원 힘입어 R&D·마케팅 강화 강화 쑥 제품 전시장을 둘러보는 관광객. 강화 쑥을 사용한 제품은 모두 20여 종에 이른다. "강화도에서 볼 건 이제 쑥밖에 없어. 뭐가 있겠어? 쌀도 안 되지, 인삼도 안 되지, 관광객도 없지…. 하지만 쑥은 괜찮아. 잘만 하면 쑥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걸. 여기 쑥이 워낙 좋잖아.” 강화도에서 태어나 70여 년을 살아온 김옹(75)은 “강화는 죽었다”고 말한다.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강화도 하면 생각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쌀? 그렇지 않아도 수요가 줄고 있는 판에 외국 쌀까지 들어오니 될 리가 없다. 인삼? 안 나온 지 오래다. 1990년부터 휴경에 들어간 탓이다. 생산량은 한창 때의 10%에 불과하다. 화문석? 이제 기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사자발 쑥 신제품은 품귀현상 이런 상황에서 쑥이 ‘강화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쑥을 찾는 기업과 고객이 늘면서 강화 쑥(정식 명칭은 강화 사자발 쑥)은 품귀현상까지 보인다. 쑥을 가공한 제품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생즙, 차(茶), 사탕, 가루 등 쉽게 가공할 수 있는 단순제품에서 비누나 여성용 청결제 등 어느 정도의 기술이 필요한 가공제품까지 쑥을 활용한 제품은 20여 종이나 된다. 최근 불고 있는 웰빙 바람으로 쑥을 찾는 고객이 더욱 늘었다. ‘산애들애’라는 브랜드로 강화 쑥 진액과 뜸 제품을 생산해 지난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보성사는 올해 40~50%의 고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유대식 상무는 “최근 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강화 쑥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 게다가 쑥 알갱이를 부착한 신제품 ‘쑥패치’의 시장 반응이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강화 쑥을 활용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성사의 ‘쑥패치’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건강전문기업 이롬도 쑥 시장을 파고들었다. 지난 4월 이롬은 강화군과 쑥 생즙 제품 독점공급협정을 체결했다. 이롬 측은 “강화 쑥은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쑥 제품의 판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쑥즙을 출시했지만 향후 건강기능식품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벤처기업 파인엠은 강화 쑥을 이용한 고급 비누와 여성 청결제를 출시했으며 건강전문업체 닥터코리아 역시 강화 쑥을 활용한 침구를 선보였다.   강화 쑥? 뭐가 다른가?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천지에 널린 게 쑥인데 왜 유달리 강화만 인기가 있는 것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강화 쑥은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쑥은 한국에서만 많이 나는 게 아니다. 지구 북반구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알려진 것만도 200여 종. 국내 보고된 것도 38종에 이른다. 쑥이 오래전부터 약으로 쓰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곰이 사람이 됐다”는 단군신화에서 곰이 먹은 것 중 하나도 쑥이다.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얘기다. 조선시대 명의(名醫) 허준 역시 『동의보감』에서 “백병을 쑥뜸으로 징계할 수 있다”고 썼다. “효능 세계 최고” 값은 2~3배 현대 과학은 그 원인을 밝혀냈다. 쑥에 포함된 몇 가지 성분 때문이다. ‘유파틸린’과 ‘야세오시딘’이라는 성분은 위궤양 치료에 효과가 있고 ‘세사민’은 암과 고지혈 등 성인병 예방·치료 효과가 크다. 넓게 봤을 때 당뇨나 간기능 장애 역시 쑥이 효험을 볼 수 있는 ‘질병’에 포함된다. 그중 ‘사자발 쑥’으로 알려진 강화 쑥은 효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파틸린이나 야세오시딘, 세사민 등의 성분 함유량이 다른 어느 쑥보다 많은 것이다. 경동 약재시장에서 다른 쑥에 비해 2~3배 비싼 값으로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의 정해곤 특화작물연구실장은 이를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도가 갖고 있는 서해안 특유의 해풍과 해무, 토양 조건이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강화군이 가만 두고 있으면 말이 안 된다. 당연히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쑥 재배지를 확장하는 게 우선이다. 강화군 측 얘기대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뭘 해도 헛일”인 탓이다. 지난해 강화군 내 쑥 재배지는 30ha. 여기서 연간 260t 규모가 생산된다. t당 1만원씩 잡으면 26억원의 수입이 잡힌다. 강화군은 내년까지 쑥 재배면적을 10배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300ha로 재배면적을 넓히면 생산량도 10배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신기술·신제품 로열티 수입 짭짤 2만 평 규모의 ‘약쑥 단지’는 이미 조성이 끝났다. 내년부터 연간 40t의 쑥을 수확할 수 있는 이 단지는 향후 강화 쑥의 메카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이곳은 그냥 쑥만 채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500평의 체험장과 간이건조장까지 설립됐다. 관광객들은 직접 쑥을 만지거나 말려보고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강화군은 쑥이 관광객까지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화군이 중시하는 것은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있다. 쑥의 전망을 밝게 본 군은 지난해 연구소까지 설립해 쑥 관련 연구를 강화시키고 있다. 연구개발(R&D)사업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경희대 의학·약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각종 연구에서 다양한 신물질을 채취했고 이 중 3건을 특허 출원 중이다. 또 이롬이나 파인엠 등에서 나온 신제품들 역시 공동연구의 결과다. 강화군은 R&D사업에 상당한 기대를 건다. 자체 개발이든 공동개발이든 지자체의 ‘수입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11%대인 강화군은 그 어디보다 확실한 수입원이 절실하다. 강화군 측은 “향후 로열티 수입이 짭짤할 것”으로 본다. 이롬과의 계약은 그 첫걸음이다. 공동개발의 지분으로 판매액의 0.3~0.5%를 받게 된다. 강화군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진행된다면 내년쯤부터는 본격적인 수입원이 될 것으로 본다.     강화군이 이렇게 쑥 산업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은 상당 재원이 이미 마련된 덕이다. 참여정부가 낙후지역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전국 신활력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20억~3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0개 대상지역 중 최우수 지역으로 선정돼 6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 사업이 없었다면 강화군의 쑥 산업은 아직도 ‘가능성’ 차원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다. 올해와 내년 사업에 들어갈 50억원이 넘는 예산 역시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강화군은 R&D사업과 공동 마케팅·홍보에 적잖은 예산을 쓸 계획이다. 강화군의 지역전담 자문관인 모성은 행정자치부 자치인력개발원 교수는 “강화군은 정부 신활력 사업 대상 지역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며 “강화군 쑥 산업은 국가적 관심을 끄는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뷰ㅣ조상수(강화군 부군수) "R&D사업 강화로 로열티 수입 늘인다" 조상수 강화군 부군수는 강화군에서는 아직은 신참이다. 줄곧 인천시에서 일하다 지난해 2월 발령을 받았다. 그가 처음 맡았던 업무가 강화 쑥을 중심으로 한 지역개발사업. 중앙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는 ‘전국 신활력사업’ 지원안을 기획했으며 지금도 그 일을 맡고 있다. 강화 쑥 산업의 성공 배경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일단 제품의 경쟁력이겠지요. 강화   쑥은 세계 어느 쑥보다 우수합니다. 둘째, 군 차원의 지원과 정책인데요, 사실 그동안 생각만 있었지 실행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참여정부의 신활력사업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재원이 마련된 이상 강화군은 수년 안에 ‘낙후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개발(R&D)사업을 강화시키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R&D사업이야말로 군의 핵심사업 중 하나라고 봅니다. 쑥과 관련된 기초연구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과 판로계획에 이르기까지 강화 쑥의 전 과정을 주도하고 있지요. 향후 강화군의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방정부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이지요. 향후 지방정부들은 수입원 창출에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중앙정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야 말 그대로의 지방자치 아니겠습니까? 대다수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중앙정부 의존도가 너무 큽니다.”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보다 R&D사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지속적으로 특허를 따내고 제품을 개발해 기술 사용료를 받아야겠지요. 또 강화 쑥에 대한 광고 등 마케팅을 강화해 국내 인지도를 높이고 내년쯤부터는 해외시장도 개척해 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