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1세기 개인 숨을 곳이 없다 작성자 강태욱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2518 등록일 2006/5/9 (13:55) 21세기 개인 숨을 곳이 없다 정보 서비스로 진화하는 검색 포털, 맞춤정보 효용과 사생활 침해 사이에 절충점 찾아야 Why Privacy Won't Matter 한 여자 친구가 당신의 사진을 휴대전화기에 입력하고 전화기를 지갑 속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휴대전화기는 가만히 잠자지 않는다. 먼저 당신이 누구인지 파악한 뒤 그 결과를 당신의 위치 정보와 함께 한 업체로 전송해준다. 그러면 그 업체는 이미 보관 중인 당신의 신상 자료(예컨대 당신이 가는 곳이나 함께 노는 상대 등)에 그 정보를 추가한다. 그 후 그 업체는 당신에게 손길을 뻗치려는 다른 회사들에 돈을 받고 그 정보를 넘긴다. 심지어 당신 부근에 있는 특정인에게 당신의 존재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게슈타포’ 같은 업체가 어디 있느냐고? 바로 구글이다. 야후·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이들 중 어느 회사도 아직은 휴대전화 사진을 이용해 당신의 정보를 추적하진 않는다(그런 능력을 갖추려면 최소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다른 방식으로 당신을 추적 중이며 이를 통해 이득을 챙긴다. 게다가 이들은 우리 모두를 훨씬 더 치밀하게 감시하겠다고 준비 중이어서 5년 내로 많은 회사가 우리의 움직임·친구·관심사·구입 품목·교신 내용 등을 수시로 추적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뭘 하느냐고? 판매업체 등이 그 정보를 활용토록 도우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기업들의 대담한 계획 때문에 우리는 컴퓨터의 미래를 결정할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한다. 구글 등 인터넷에 기반한 거대 정보 서비스 업체들은 우리의 개인 정보에 기반한 갖가지 서비스를 기필코 구축하겠다는 태세다. 그들은 당신도 그런 서비스의 이득을 보려면 자신의 신상 정보를 그들과 함께 공유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그들의 뜻대로 우리 생활의 세세한 면까지 공개한다면 우리의 개인 정보는 상당히(어쩌면 훨씬 더 많이) 침해될지 모른다. 우리의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이 워낙 정교해져 우리의 정치적 신념, 사랑, 상대를 난처하게 하는 습관, 사소한 범죄까지 기록된다면 이 때문에 개인이 수시로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설상가상으로 다른 사람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아예 하지 않으?들지 모른다. 기술이 개인 정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인 캘리포니아대(LA)의 제리 캉 교수(법학)는 “개인 정보 영역에서 앞으로 10년간 일어날 일들은 우리가 정치·경제·사회적 관계를 서로 맺는 방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따라서 개인 정보를 너무 성급하게 업체에 내놓아선 안 된다.” 그러나 개인 정보 침해를 둘러싼 반발은 이처럼 혁명적인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서비스를 짓누를지 모른다. 그래서 컴퓨터 업계의 야심 찬 성장 계획도 사전에 산산조각날지 霽Ⅴ? 물론 이는 일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미 의회는 기업이 보다 분명한 경고나 허락 없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개인에 관한 정보를 수집·공유하는 행위를 불법화하는 네 가지 법안을 심의 중이다. 이런 종류의 제한은 유럽 국가 다수에선 이미 실시 중이다. 거기엔 유럽연합(EU)이 2002년과 2003년 통과시킨 ‘개인 정보와 전자 통신에 관한 지침’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 노력은 결국 실패할 듯하다. 지금 10대인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모든 정보를 전혀 거리낌 없이 제공하며 자란다. 희소식이 있다면 기술과 개인 정보 중 반드시 한쪽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보를 약간 수정함으로써 세세한 신상 정보의 노출을 가급적 줄이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때 또다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된다. 바로 이런 신기술을 개발하려 노력 중인 회사를 믿어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구글과 경쟁사들이 우리 앞에 내놓으려는 기술은 본질적으로 최고 성능을 가진 검색엔진이다. 다시 말해 이용자가 쳐넣는 검색어뿐 아니라 이용자가 정말 원하는 바가 뭔지에 따라 정보를 검색한 뒤 그 정보가 가장 필요한 때와 장소에서 제공하는 그런 검색엔진 말이다. 키워드 검색은 다른 곳에 사는 친구에게 꽃을 보낼 가장 값싼 방법을 찾거나,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다음주 개봉할 영화 중 자신의 취향에 가장 맞는 영화를 알아내거나, 아니면 동네에서 자신처럼 보트 타기와 벌 기르는 취미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경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후의 연구 책임자 프라바카르 래가반은 이때 “감지기능을 가진 네트워크”가 해결책이 된다며 “이 네트워크는 당신이 찾으려는 대상을 놀라운 솜씨로 찾아내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책상 위의 PC든, 집안 거실의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든, 가게 안의 휴대전화기든 상관없다. 구글에서 검색과 고객 반응을 담당하는 머리사 메이어 부사장은 간단한 영어로 자동차에 대고 큰 소리로 말하기만 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별 두 개짜리 프랑스 식당의 위치를 알려주거나, TV에 대고 크게 소리만 지르면 ‘서바이버’ 프로의 어떤 회도 내려받도록 하는 방법에 관해 열변을 토했다. 때론 말로 지시할 필요도 없다. “어떤 컴퓨터를 가졌든 간에 이용자가 하는 말을 스스로 알아듣고 이용자를 대신해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행동을 취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가 언제 어디서든 제공되는 신세계는, 이미 출시됐거나 몇 년 후 등장할 새로운 컴퓨터 기술과 추적 기술이 주도한다. 강력한 컴퓨터 칩이 내장된 휴대전화기는 이미 사용자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전자제품 생산업체인 리코사의 캘리포니아연구소 수석 과학자인 데이비드 스토크는 휴대전화기로 어떤 사람의 사진을 찍으면 이용자의 위치와 접촉 대상자 명단에 근거해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파악할 때가 곧 온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는 아시아와 유럽 일부 지역에선 이미 무선 신용카드 기능을 한다. 이런 기능은 이용자의 구매 성향을 추적해 감지기능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자에게 부근의 어떤 식당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특별 메뉴를 제공하는지, 또 부근의 어떤 가게에서 청바지 할인 판매를 하는지 알려줄지 모른다. 추적당하는 일이 지겹다면 휴대전화기를 꺼두면 된다. 하지만 이번엔 지능형 비디오 카메라가 당신을 알아볼지 모른다. 미국에서만 약 2500만 대의 감시용 카메라가 상점과 공공 장소에 이미 설치됐다. 게다가 새로운 감시 카메라는 매년 200만 대씩 온라인으로 화면을 제공한다. 런던 같은 도시에선 여러 각도에서 감시 카메라에 잡히지 않고는 걷기가 힘들 지경이다. 현재로선 화면 속 인물이 누구인지 식별하려면 육안으로 봐야 하지만 그것도 5∼10년이면 바뀔지 모른다. 캘리포니아주 멘로 파크에 있는 ‘SRI 컨설팅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의 수석 연구자 마이클 골드는 “감지기능 네트워크는 마치 친한 친구처럼 당신에 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된다”고 말했다. 유비쿼터스 무선 네트워크는 값싼 무선 칩과 플라스틱 비디오 디스플레이와 함께 진열대 위의 상품과 가정의 가전제품을 “영리한 기기”로 둔갑시킨다. 상점이 고객 취향을 추적하는 지능형 비디오 카메라를 개발 중인 프린스턴대의 웨인 울프 교수(전기공학)는 고객이 시리얼 진열대에 들어서면 평소 그가 좋아하는 제품이 반짝이면서 그 제품을 마지막으로 구입한 지 2주가 지났으니 재구입할 때임을 알려줄 때가 온다고 말했다. “만일 어떤 사람의 위치 정보를 확보했고, 해당 시리얼 박스가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다면 그런 메시지를 시리얼 박스에 표시하기가 쉽다”고 그는 설명했다. 길을 따라가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수시로 얻는 일도 5년 내로 가능하다. 자신의 상관이나 대학 시절 친구가 시내에 있다는 사실을 휴대전화로 알려주거? 자동차를 운전 중인 고객에게 상점은 그가 좋아하는 제품이 염가에 판매 중임을 무선 스테레오를 통해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 중 초기 형태는 이미 운영 중이다. 이 같은 감지기능 네트워크는 당신을 친구처럼 잘 알지 모르지만 동시에 당신의 친구라면 하지 않을 일도 할지 모른다. 당신이 어디에 있건 당신의 개인 정보에 기초한 광고를 하루 종일 보내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기란 어려울 듯하다. 왜냐하면 구글·야후 등으로선 그것이 돈을 벌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무료 인터넷 서비스에 길들여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멘로 파크에 위치한 하이테크 벤처자본 회사인 ‘드레이퍼 피셔 주벳슨’의 중역 스티브 주벳슨은 “온라인 서비스에의 요금 부과는 고객의 90%를 잃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인간의 시선을 끄는 일은 늘 현금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구글과 그 경쟁사들이 고객의 상세한 이력뿐 아니라 특정 순간에 고객이 하는 일에 딱 맞는 광고를 보낼 기회를 판매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태양력의 가능성을 다룬 프로를 본 적이 있는가? 동시에 자동차 정비업소도 뻔질나게 들르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겐 하이브리드 자동차 광고가 날아올지 모른다. 만일 당신이 한 자동차 매장에서 세 블록 이내의 거리에 있다면 휴대전화나 자동차로 그 광고가 날아든다. 구글의 놀라운 혁신은 더 나은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정보 욕구를 언제 어디서든 광고와 연계시키는 일이 컴퓨터 혁명에선 빠져 있었다는 자각이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소비자로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대형 인터넷 업체들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기존의 사업 계획을 광적으로 재편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구글은 일찍부터 이런 서비스를 주도했지만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 타임워너의 AOL도 이런 추세에 편승하려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사실 컴퓨터 업계와 통신업계의 거의 대부분은(실제론 경제계 상당 부분은) 이 분야에 뛰어들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검색엔진을 통한 광고가 이미 세계적으로 100억 달러 규모에 이른 현실도 무리가 아니다. 4년 뒤엔 30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새로운 종류의 온갖 맞춤형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아도 그 정도 규모다). 매년 전 세계에서 지출되는 4000억 달러의 광고 수입도 결국 맞춤형 정보 제공업체의 수중에 들어갈지 모른다. 이 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구글·야후 등이 당신의 신상 정보와 현재 위치뿐 아니라 당신이 사고, 보고, 읽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대상, 심지어 친구들에게 하는 말의 내용까지 알아야 한다. 물론 고객 정보를 염탐하다가 걸려들기를 바라는 업체는 없다. 따라서 이 업체들은 우리를 야금야금 설득해 광고주가 원하는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에 우리가 동의해주길 바란다. 인터넷 이용자의 41%는 적어도 매주 한 번씩은 구글의 검색엔진을 이용한다. 그러나 키워드 검색은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기엔 정보가 부족하다고 포레스터 리서치사의 분석가 샬린 리는 말했다. “구글은 고객들로부터 개인 정보 수집 허락을 받아내려고 필사적이다.” 이런 움직임은 구글의 Gmail 서비스가 주도한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는 자신의 e-메일 내용에 맞는 광고를 구글이 보내도 좋다고 동의해야 한다. 이용자의 컴퓨터에 내장된 모든 파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구글 데스크톱’도 마찬가지다. Gmail에 가입하고 싶은가? 문제없다. 구글에 휴대전화 번호만 알려주면 된다. 물론 아직은 이 서비스가 휴대전화와 별 관계가 없지만 말이다. 구글의 메이어 부사장은 “현재로선 누군가의 PC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파악하는 편이 더 용이하다. 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많은 부분이 저절로 휴대전화로 옮겨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구글이 검색 부문에 쏟는 만큼 많은 투자를 맞춤형 광고에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야후도 같은 생각이다. 단 이용자 간의 관계에 기초한 공략에 역점을 둔다. 야후의 연구 책임자 래가반은 “우리의 연구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더 깊이 관련돼 있다”며 “이용자의 성향을 알아내는 일은 우리 계획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자의 친구와 동료들이 똑같은 광고에 보인 반응을 고려해 이용자에게 딱 맞는 광고를 보내는 일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 구글이 기업의 연계 광고를 계속 분리하겠다고 약속하는 반면 야후는 오히려 그런 정보를 통합할 방법을 찾는다. 예컨대 야후 사이트에 뜬 실험적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쇼핑 목적에 부합하는 검색 결과가 나오는데, 이때 광고주의 연계 광고도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래가반은 말했다.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즐겨 떠나는 당신의 취향을 네트워크가 파악해 3000달러짜리 칸쿤(멕시코 휴양지) 여敾?제안한다면 근사하지 않은가?” 이런 움직임에 뒤처질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나 오피스 등 PC 기반 소프트웨어에서 탈피해 PC와 네트워크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웹 기반 서비스(‘Live’)로 서서히 역점을 전환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MSN 부문에서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책임자 애덤 손은 “우리는 현재 더 값진 교환을 제의 중”이라며 “이용자가 자신이나 자신의 활동에 관한 보다 개인적인 정보에 우리가 접근하도록 허락하면 우리는 대신 고객의 성향에 딱 맞는 광고를 보낸다”고 말했다. AOL도 인터넷 쪽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를 듯하다. 인터넷 쪽지 서비스엔 이미 광고하는 ‘로봇’까지 등장했다. 광고 로봇은 광고주들이 원하는 광고 문구를 메시지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킨다. 또 휴대전화 회사는 기업의 요구에 맞는 추적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고, 자동차 회사는 GM의 OnStar(긴급 통보와 길 안내 서비스)와 같은 무선 네트워크를 확산 중이다. 상점이나 건물도 고객들에게 자체 무선 네트워크에 접근을 허락하는 대신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일이 가능하다. 우리가 이런 서비스를 감내해야 할까? 로펌 ‘듀아네 모리스’에서 개인 정보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조셉 모란 변호사는 어쩌면 그래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낮아지는 개인 정보 보호 기준과 이런 서비스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혜택 간에 적절한 타협점이 생길지도 모른다. 사려깊은 이용자 집단만 있다면 말이다.” 만일 구글이나 야후처럼 신뢰받는 기업들이 우리를 이런 서비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면 우리도 과다한 정보 제공에서 오는 거부감을 낮출 만큼 그 서비스가 유용하다고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설령 지나친 정보 공유를 우려하는 이용자 대다수의 태도가 급속히 사라지지 않는다 해도 시간은 정보 서비스 회사의 편이다. 개인 정보 노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10대들 덕분이다. “젊은층은 인터넷을 삶의 동반자로 여긴다”고 야후의 연구책임자 래가반은 말했다. 그 결과 개인 정보 보호론자들이 오랫동안 해온 경고와 매우 다른 차원의 개인 정보 침해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빅 브러더’ 정부나 스토커·해커·텔레마케터·스팸업자 또는 직원의 인권을 무시하는 고용주가 아니라 우리를 서비스로 ‘매수’하려는 기업들에 의한 개인 정보 침해다. 이용자의 일상생활 이야기가 구글 등 정보업체의 파일에 일단 저장되면 이를 받아들이는 도리밖에 없다. 단지 그들이 그 정보를 사법당국이나 국세청·배우자·상사·왜곡주의자·약탈자, 그리고 자신에게 해를 입힐지 모를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으리란 믿음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믿을 만한 기업이라 해도 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나 해커의 의지까지 꺾지는 못한다. 이 점은 지난 2월 뼈저리게 느낀 교훈이다. 당시 미 연방법원 판사는 구글이 회사의 검색 정보 중 일부를 제출하라는 미 법무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설령 이용자의 정보가 노골적으로 오용되지 않는다 해도 다른 사람의 반발을 살 만한 행동에 나서거나, 심지어 자신의 신념을 내세우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캘리포니아대(LA)의 캉 교수는 “세대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개인 정보 침해에 보다 수용적인 태도를 갖기 때문에 결국 자신에 관한 모든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는 사회가 도래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개인 정보 공개를 거부할 때 어떤 문제를 겪게 될지 생각해야 한다. 자유사회에서조차 말이다.” 개인 정보 추적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컴퓨터 서비스를 모두 포기하는 단계까진 아니어도 약간의 보호 장치가 있을지 모른다. 바로 회사가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추적하되 요즘 웹사이트의 ‘쿠키’처럼 그 정보를 이용자의 이름이나 신원과 연관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일이다. 아니면 회사가 이미 보관 중인 이용자 정보를 정기적으로 모두 폐기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유망한 신기술 덕분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개인 정보를 무작위적으로 변경해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만 정보를 ‘왜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에모리대 비즈니스 스쿨의 정보기술 연구자로 현재 그 기술을 개발 중인 램나스 첼라파는 “맞춤형 정보 서비스의 질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개인 정보에 관한 통제권은 더 많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카네기 멜론대의 라타냐 스위니 교수는 이용자의 얼굴 특징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장담컨대, 이 기술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감지기능 네트워크 자체가 일종의 ‘정보 보호막’을 가동해 이용자가 접근 금지를 선언한 모든 개인 정보의 전송을 감시·차단하는 방법이다. 구글 등 정보 서비스 회사들이 이용자에게 서비스의 모든 면을 제대로 주지시키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요구하려면 결국 정부가 개입해야 할지 모른다. 이용자들은 현재로선 정신을 멍하게 할 정도로 장황한(그래서 거의 무시되는) 인터넷 동의약관에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한다. 그러나 만일 정부 지시에 따라 서비스업체가 이용자에게 굵은 글씨로 표시된 다음과 같은 동의약관에 서명하도록 권고해야 한다면 서명 전에 이를 재고할 사람이 더 생길지 모른다. “본인은 네트워크상에서 본인이 하는 모든 일에 관한 정보를 구글이 수집·저장·분석해 다른 회사가 내게 맞춤형 광고를 보내는 데 이용해도 좋다고 동의한다.” 이런 쟁점 중 일부는 법정에서 결론이 날 듯하다. 성난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너무 소홀히 관리했다는 이유로 서비스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때 여러 가지 유형의 원고가 등장할 듯하다. 보험회사 측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담배 구입 습관이 들통난 사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에 가서 집사 옆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휴대전화에서 병당 3달러라는 싼값에 위스키를 판다는 광고 메시지를 받은 사람, 아니면 서점의 동성애자 서적 코너 부근에 서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뒤 어쩌다 동성애자 권리 옹호 단체의 우편 목록에 이름이 올랐다는 이유로 쫓겨난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같은 사람들 말이다. “기술이 나아가는 방향을 파악하려면 그 같은 소송의 방향을 추적하는 일도 한 방법”이라고 리코사의 캘리포니아연구소 과학 책임자 스토크는 말했다. 어쩌면 변호사가 개인 정보를 침해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광고를 보내고 구글 측에 돈을 지불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젠 그것이 21세기식 정의다. 강태욱 t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