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법률시장 개방시 영향과 파급효과(上,下) 작성자 윤상원 이메일 홈페이지 조회수 4340 등록일 2006/6/7 (14:12) 법률시장 개방시 영향과 파급효과(上) - 변호사 늘어나도 수임료 인하효과 기대 어려워 "국내 법률수요자(기업)는 비용보다 명망과 실력을 변호사 선임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고 외국 로펌은 금융·기업법무 등 고부가 가치시장을 주로 공략할 것이므로 시장이 개방돼 (변호사)공급이 늘어나도 이 분야에서의 수임료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산업연구원 고준성 박사가 법무부와 대한변협이 연구용역을 의뢰한 '법률시장개방이 수임료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마디로 법률시장이 개방되어도 기업 등과 관련된 사건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독일은 법률시장 개방이후 수임료 산정방식이 영미식의 시간당 청구방식으로 바뀌었으며 독일 변호사의 스카웃 비용이 수임료에 전가되면서 수임료가 오히려 상승됐다. 우리도 고부가 가치가 뒤따르는 사건에 대하여는 같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외국 로펌의 시간당 청구방식이 국내 로펌에 비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고 박사는 “상당수 국내 기업이 이미 외국 로펌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부담할 수임료가 단기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법률시장 황폐화 된다= 법률시장이 개방될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국내 로펌들은 도산 이라는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고 법조인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 법률시장이 일대 혼란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력과 경영 노하우에서 앞선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을 인수·합병함으로써 국내 법조계가 외국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국내 변호사 및 직원들의 고용·취업 사정은 중장기적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송만능주의에 빠진 서구 변호사들이 공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불필요한 분쟁이 양산됨으로써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우리의 법률문화의 질이 저하되며 변호사의 공익적 가치가 무시되는 등 우리 사회의 가치관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질 미달의 외국 변호사에 의한 국내 수요자의 피해도 예상된다는 점을 논거로 내세운다. 또한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마당에 이미 상당수에 달하는 재미 한인변호사들이 국내에 역류할 경우 시장질서의 유지가 힘들고 상대적으로 취득이 쉬운 미국 변호사의 자격을 목적으로 하는 유학생이 급증하여 국내 교육이 왜곡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교포 변호사가 5,000여명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입성할 경우 국내 법률시장은 일대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로펌 외국 로펌에 장악될 수도= 변호사들은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법률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창 김현 대표변호사는 법률시장이 개방될 경우 "외국계 로펌의 최종 목표는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외국계 로펌이 전체 국내 법률시장의 50%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대표는 “외국 로펌이 국내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의사가 있다면 아예 국내 로펌의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이 경우 고용규모는 시장상황과 경영 판단에 의존할 것이므로 고용기회 확대효과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개방 초기단계에서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자금력과 경영기법, 고객확보 등의 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있는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을 인수·합병함으로써 국내업계가 외국 로펌에 의해 장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역시 동업, 고용의 허용시기와 국내시장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질 것이지만 한국시장의 잠재력이 크고 외국 로펌은 세계시장의 시너지 효과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 가능성을 결코 무시할 순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법률시장이 개방될 경우 외국 로펌들은 우리나라의 중견변호사나 보수가 낮은 신참 변호사를 상대로 스카웃을 벌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율촌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외국 로펌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한국의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선뜻 고액이 필요한 국내변호사의 스카웃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외국로펌의 스카웃은 경쟁력이 있는 중견 변호사와 보수가 낮은 신참 변호사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로펌, 대형화·전문성 확보만이 살 길 법률시장 개방… 대책과 외국사례(下) "로펌의 몸집 부풀리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전문성을 갖춘 특화된 로펌 운영이 더욱 절실한 시점 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법률시장이 개방될 경우 대부분 국내 변호사들은 “다른 (품목)시장과는 달리 법률시장 개방은 우리 고유의 법률시장 형태와 운영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을 메가톤급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책을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국내 일부 로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로펌들이 전문화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말로는 특화된 전문 로펌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미국의 대형 로펌과의 싸움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중견변호사는 “외국로펌과 선의의 경쟁을 벌여 나가기 위해서는 전문화 로펌이 지금로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 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국내 상당수 소형 로펌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를 갖추기 위해서는 중형 이상의 로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부 대형 로펌을 제외하면 변호사 구성원 숫자가 10여여명에 불과해 이 정도로는 전문성를 갖추어도 외국 대형 로펌과의 싸움에서 수적열세에 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는 특히 소형 법무법인들이 쉽게 대형화 로펌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인 등 전문가들은 또한 법률시장의 개방이 반드시 점진적인 단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단계 이상으로 개방될 경우 엄청난 여파가 몰아쳐 국내 법률시장이 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서는 아직까지 소송 등 법적절차를 통한 문제해결 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지만 합리주의에 기초한 영미계의 법 인식은 이와 반대다. 변호사들은 "이웃간의 사소한 분쟁도 곧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영미계 법률문화이기 때문에 소송만능 풍조는 사회 전체적으로 법률비용을 한없이 증가시켜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면서 "특히 기업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비용을 미리 제품가격에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시키려고 시도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의 법률시장 개방은 일본과 같이 단계적인 개방 과정을 거친 다음 완전개방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87년 외국변호사의 외국법 자문 업무를 허용한 이래 단계적 시장개방절차를 거쳐 18년 만에 국내변호사와의 동업·고용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점진적 개방을 통해 법률서비스 경쟁력도 높이면서 법률소비자의 이익도 극대화한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단계적 개방을 통한 국내법조계의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 법률시장 단계적 개방을 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등 정부 관계자와 대한변호사협회 회원들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개업중인 한 변호사는 "국내 법률시장 개방은 1만1,261개 품목분류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규모도 작아 다른 농산물처럼 법률시장 완전개방을 끝까지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변호사 개개인이 의식을 가지고 점진적인 개방에 대한 한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미간 법률서비스 무역수지는 지난 99년 IMF시대의 여파로 인한 외국변호사 수요의 급증으로 최대 6,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03년 3,800만 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 ----------------------------------------------------------------------------------- 준비없던 독일, 빗장 열자마자 英美로펌에 잠식 당해 철저한 준비없이 법률시장을 개방했다가는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외국의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독일은 지난 99년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영미계 로펌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순식간에 법률시장이 장악된 대표적인 나라이다. 전통적으로 독일 법조는 법률이론이 강한 반면 영미계 로펌들은 계약실무에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계약과 협상이 중시되는 기업자문의 영역에서 독일로펌들이 맥을 못 출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개인변호사 위주의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야 로펌화가 이뤄지는 등 독일의 법률시장 기반이 취약한 상태도 몰락의 한 원인이었다. 따라서 EU의 통합과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영국계 로펌의 공세 등 사정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독일의 10위 이내 로펌 중 ‘헨겔러 뮬러’와 ‘글라이스 루츠’ 두 곳만 남았다. 나머지 로펌은 영미계 로펌에 합병됐다. 대만은 1980년대 이미 외국 로펌을 적극 유치했으나 실제로는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대만인들이 대거 회귀해 적절한 관리감독제도 없이 대만 국내법까지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됐다. 지난 92년 외국변호사에 대한 규제를 일시 강화했다가 2001년말 WTO 가입과 함께 대만 변호사와의 동업·고용을 허용하는 대신 외국변호사는 자격 취득국에서 5년간 실무경력을 요구함으로써 대만인 외국변호사의 활동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현재 경제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외국로펌이 대거 철수한 상태이다. 싱가포르는 영국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외국변호사들의 활동을 허용해 오다가 2000년에 자격시험을 통과한 외국변호사는 일정범위의 국내법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등 매우 적극적 개방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기업문화의 차이와 싱가포르 경제의 하강으로 인해 적지 않은 합작법인이 해체됨으로써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은 법률시장 개방의 역사가 오래 됐지만 치밀한 준비로 아직까지는 선방을 해오고 있다. 지난 87년 외국변호사의 외국법에 국한된 자문업무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래 94년에 제한적 동업을 허용했고 지난해 4월에 전면개방을 허용했다. 1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한 일본은 그 동안 로펌의 덩치를 키우면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 결과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소속 변호사 수가 150명을 넘는 1위~5위의 대형로펌은 그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외국로펌의 집중 공략대상은 주로 중·하위 로펌들로서 6~20위 사이의 로펌 중 절반 정도가 영미계 로펌의 영향력 하에 들어갔다. 국내 법률시장의 규모가 크고 동업·고용의 전단계로서 사건별 제휴와 합작이 허용되는 단계에서 일본 로펌들이 신속히 외국 로폄과 제휴관계를 맺고 이를 잘 활용함으로써 상당수의 로펌이 건재하고 있다. 부수적으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시장의 특성상 일본 변호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외국 호사가 시장을 지배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드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2005년 4월부터 동업·고용이 허용되는 등 완전개방이 이뤄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장상황은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 로펌 6위였던 미쓰이야스다(변호사 70명)를 합병한 영국의 로펌 링클레이터스는 국제거래와 무관한 일본변호사 20여명을 해고해 시장개방이 가져오는 비정한 세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전통적으로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종신고용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일본사회에서 영미계 로펌의 서구적 운영방식은 매우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밖에 중국은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국내 로펌들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외국로펌의 분사무소 설치만 허용했고, 외국로펌이 중국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으나 중국법에 대한 법률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중국변호사의 고용이 금지되는 효과를 달성했다. 이러한 보호장치 때문에 중국로펌은 아직 법률시장을 외국로펌에 완전히 내주지 않고 있지만 젊고 유능한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외국로펌 바람이 불고 있다. 영미계 로펌들이 이들에게 높은 보수를 제시하면서 스카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로펌들은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현재의 위상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윤상원 기자 news8@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