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무대응은 고가 보상 어려울 때 등 전략적으로 한정해야
작성자 이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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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508 등록일 2006/11/28 (1:57)
[인터넷 공격 퇴치법④] ‘모르쇠’에 소비자는 분노한다
http://bill.joins.com/magazine/magazine/economist/eco_article_view/0%2C5360%2Caid-254010-servcode-A500500%2C00.html

무반응과 의도적 침묵

무대응은 고가 보상 어려울 때 등 전략적으로 한정해야



개인이 어떤 문제에 부닥쳐 겉으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크게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경우다. 분명히 문제는 있지만 죄의식이 크지 않거나, 공개적으로 꾸짖음당하지 않을 때, 자신의 체면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가 중요하지 않을 때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공격을 받았을 때도 대응하지 않게 된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또 다른 경우는 ‘설명하길 거부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더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나올 때, 자신이 너무 부당하게 공격당한다고 느낄 때, 상대방이 상황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다고 판단할 때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소비자의 온라인 불평에 대해 못 본 척하고 아무 대꾸를 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동기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의 특징인 네티즌(제3자)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점도 기업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는 개인처럼 ‘그냥 가만히 있거나’ ‘설명하길 거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 있다. 소비자의 돈을 받아 살아가는 기업으로선 싫어도 해야 하는 게 있고, 그 기준은 기업에 이익이나 손해가 되느냐 여부다.

온라인 소비자 불평에 대해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전략은 기업의 브랜드를 망가뜨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 토론의 맥락에서 토론자의 무반응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살펴보자.

첫째, 무반응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진행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대응을 위한 적절한 레퍼토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대응할 의사나 동기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해석을 온라인 소비자 불평에 적용하면, 기업의 무대응은 불평 글 게시자나 네티즌에게 ‘기업이 소비자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들 것이다. 불평 글 게시자는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네티즌은 괜히 동병상련을 느껴 그 기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면 기업은 모든 소비자 불평에 반드시 대응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기업도 온라인 불평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이른바 ‘전략적 침묵’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기업의 개입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거나 악화시킬 경우, 또는 기업이 겪는 당황스러움의 정도가 심각할 때, 그 이슈가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며 사용하게 된다.

기업이 온라인 불평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없을 때는 전략적 침묵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가 고가의 자동차를 완전히 교체해 달라고 요구할 때 등록세 등까지 해결하며 바꿔주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엉거주춤하게 들어갔다가는 계속 공격만 받게 된다. 고가의 보상 경우가 아니어도 기업이 완전히 보상해주지 못하고 소비자가 이에 불만을 가지면 인터넷상에서 계속 물고 늘어진다.

전략적 침묵을 선택할 때는 보상 요구액의 정도나 기업의 보상 능력뿐 아니라 인터넷 여론과 관련된 변수들도 미리 따져봐야 한다. 네티즌들이 불평 글 게시자의 의견에 적극 동조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큰 이슈여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우려가 있을 때는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 불평에 대한 기업의 무대응은 전략적으로 한정해야 한다. PR 학자 스미스는 “전략적 침묵은 공중이 그 기업의 윤리나 순수성을 신뢰할 때에만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한다.


이영렬 중앙일보 기자(경영학 박사)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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