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국로펌의 경쟁력은?
작성자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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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869 등록일 2010/8/31 (22:38)
[글로벌 법률시장] 한국 로펌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은 약육강식(弱肉强食)… 날마다 전쟁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08.29 16:05

법률시장 완전 개방 예고… 국내 로펌들 초 긴장상태
한국 진출 노리는 해외 로펌… 국내 인력 스카우트에 ‘눈독’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절차는 뉴욕에 본사를 둔 로펌 '웨일 고샬&맨지스(WGM)'가 맡았다. 여러 로펌과의 수임 경쟁에서 이긴 WGM은 소속 변호사 1300여명 중 490명을 이 사건에 투입했다. 그 이후 작년 4월 석달간의 수임료로 5510만달러(약 730억원)를 미국 연방파산법원에 청구했다.

이 사건을 총괄한 하비 밀러(76) 도산법 전문 변호사는 자신의 시간당 임금을 950달러(약 114만원)로 산정한 뒤 795시간을 일했다며 75만5250달러(약 9억400만원)를 달라고 요구했다.

WGM은 변호사들의 식비·교통비는 물론 장당 10센트인 복사비까지 포함시켰다.

큰 기업이 파산할 때마다 영미계 대형 로펌은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맹렬히 달려든다. 2001년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이 파산할 때도 대형 로펌들은 1억5900만달러의 수임료를 받아냈다.

◆외국 공룡 로펌 국내 상륙 채비

이런 영미계 대형 로펌들이 한국 상륙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 등 세계 각국과 연이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계기가 됐다. 영국 3대 로펌의 하나인 클리포드 챈스의 스튜어트 포팸 대표는 지난 4월 서울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빨리 한국에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2조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법률 시장을 놓고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개방의 물꼬는 이미 터졌다. 작년 9월 국내에서 외국 변호사의 외국법 자문업무를 허용하는 '외국법자문사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제휴한 뒤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는 2단계 개방, 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합작 로펌을 설립하는 3단계 개방이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





◆규모만으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국내 로펌들은 3단계 개방시기가 되면 외국 로펌과의 전면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송무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로펌은 외국 로펌과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물론 규모 면에선 아직 격차가 크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링클레이터스(영국)는 24억70만달러(약 2조8040억원)를 벌어들였다. 로펌 한 곳이 우리나라 전체 법률시장과 엇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소속 변호사 수가 가장 많은 베이커 앤 맥킨지(미국)는 3949명의 변호사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380명), 태평양(228명), 광장(227명), 세종(219명) 등 국내 대형 로펌의 변호사 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규모만으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그래서 국내 로펌이 영미계 로펌의 공격에 급격히 무너진 독일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로펌 "붙어볼 만하다"


▲ 서울 중구 남대문로 광장(Lee & Ko) 사무실은 늘 활기가 넘친다. 1977년 창립해 34년째를 맞는 광장 은 소속 변호사(국내 변호사 8월 기준) 227명을 보유하고 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하지만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국내 로펌도 충분히 덩치를 키웠기 때문에 한판 승부를 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일본에선 10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로펌이 7개이지만, 변호사 수 100명 이상인 국내 로펌은 9개다.

중국도 변호사 200명 이상의 법률사무소가 4곳 정도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국내 로펌도 어느 정도 체력을 다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 로펌들이 외국 로펌들과 M&A 자문시장을 놓고 수년째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점도 경쟁력 강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본격적으로 송무(訟務)사건을 놓고 싸움이 붙기 전에 기업 자문 사건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싸움의 노하우'를 쌓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국내 대형 로펌은 대규모 해외 M&A를 무리 없이 수행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07년 두산그룹의 미국 중장비 기업 밥캣 인수를 맡은 김&장은 수십개에 달하는 해외 로펌을 지휘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며 49억달러(당시 약 4조6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율촌도 2008년 롯데제과가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언을 인수하는 거래를 단독으로 성공시켜 주목을 받았다.

이런 성과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 상반기 국내 M&A(인수·합병·출자전환·기업분할 등 포함) 법률자문 순위에 따르면, 김&장이 1위를 차지하고 세종·율촌·광장이 나란히 2~4위에 올랐다.

이어 태평양이 6위, 화우가 8위를 차지해 국내 로펌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외국 로펌들은 5위, 7위를 차지한 데 이어, 9위부터 20위를 싹쓸이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법정에서 국내법과 관련된 문제를 다투는 송무 사건의 경우에도 국내법에 대한 이해는 국내 로펌이 낫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로펌 관계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해외 로펌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로펌의 최고급 인력을 대거 빼갈 경우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외국 로펌이 물량공세를 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무한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부 국내 로펌들은 해외 로펌에 고급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대책을 벌써부터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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