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향을 제공하는 사향쥐
작성자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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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310 등록일 2008/1/1 (10:34)
  • “새해엔 ‘황금’ 많이 낳을게요”
  • “힘겹게 중국에서 이민왔어요
    제 몸에서 나오는 사향으로 최고급 청심환·향수 만들죠
    무자년엔 ‘수퍼스타’로 뜰래요”
  • 정혜진 기자 hjin@chosun.com
    입력 : 2008.01.01 00:17 / 수정 : 2008.01.01 02:21
    • 안녕하세요. 전 사향쥐에요. 찍찍
    •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사향쥐예요, 찍찍.

      2008년이 무자년(戊子年) ‘쥐의 해’라면서요. 쥐 하면 사람들은 집쥐나 들쥐를 떠올리며 ‘아이, 징그러워’라고 생각들 해요. 아니면 실험실에 갇혀 지내는 하얀 생쥐를 보고 불쌍하다고 하고요. 좀 나은 것이 애완용으로 사랑 받는 햄스터 정도랄까요.

      제 이름은 낯설지요? 하지만 기대하세요. 새해부터는 대한민국 축산계에 ‘수퍼스타’로 여러분 곁에 다가갈 거예요.

      이제부터 제 소개를 할게요. 제가 수달이랑 닮았다고들 하던데, 사진을 보시면 쥐치고는 덩치가 좀 크지만 생김새는 나름 귀엽지 않나요? 우선 ‘사향(麝香)’이 무엇인 줄 알아야 저의 진가를 인정하실 겁니다.

      사향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생약으로 강심제나 진정제로 쓰였어요. 또 기절했을 때 정신이 들게 하는 약으로도 썼고요. 조선의 명의 허준 선생님이 쓰신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을 보면 “사향은 막힌 구멍을 열어 통하게 하여 그 기운이 겉으로는 살과 피부 속, 골수까지 들어간다”고 해요. 그래서 중풍이나 전신마비 등에 상비약으로 쓰기도 했죠. 쉽게 말하자면 최고급 우황청심환 재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향은 원래 수컷이 암컷에게 ‘작업’을 걸 때 내뿜는 일종의 ‘페로몬(pheromone)’입니다. 그래서 독특한 향기가 있는데, 예로부터 향 중에 으뜸으로 꼽죠.

      사향하면 아무래도 사향노루를 많이 떠올리실 텐데요. 사향노루는 멸종 위험종이라 1급 보호동물인 데다 워낙 야생이라 집단 사육이 불가능해요.

      저도 야생동물이에요. 하지만 새끼를 잘 낳고 무서운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최근 중국과 북한, 우리나라에서 소나 돼지처럼 대량으로 사육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죠.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몰린 사향노루의 천연사향을 대체할 고급 사향으로 바로 저의 사향이 꼽힌 거죠. 학계에서는 효능 면에서는 제 사향이 더 우수하다고 보고 있어요.

      저 사향쥐는 쥐목 비단털쥐과(설치류)의 포유류랍니다. 제 사이즈를 말씀 드리자면 몸길이 35㎝, 꼬리 길이 25㎝ 정도로 몸통만 성인 팔뚝만 해요. 머스크 랫(Musk Rat)이라고도 하죠. 향수나 보디 용품에서 ‘머스크향’이라고 들어보셨죠. 바로 그 머스크입니다.

    • 지난달 30일 충남 연기군‘사향나라’농장의 최용주 대표가 사육장에서 기르던 사향쥐를 꺼내 눈을 맞히고 있다. 최 대표는 2005년 사향쥐 400마리를 중국에서 들여와 수천 마리로 불렸다. /오종찬 객원기자 ojc1979@chosun.com

    • 몸무게는 2㎏ 좀 넘고요. 야생에서는 주로 풀이 많은 얕은 물가 주위에 땅굴을 파서 살았어요. 초식성이라 풀을 잘 먹는데, 요즘은 사료회사에서 만든 사료도 맛나게 먹어요. 한 번 먹을 때 20g 정도 먹는데, 하루에 한두 번 먹어요. 그래서 저를 키우는 분들은 사료값이 적게 든다고 좋아들 하세요.

      지금까지는 주로 캐나다 등 북미대륙이나 러시아, 중국에서 살았어요. 한국에서는 지난 1998년 강원도 홍천에서 발견됐다고는 하는데, 그 후에는 사람들이 절 보지 못했다고 해요. 지금은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있는 최용주(50·사향나라 대표) 아저씨가 만든 사향쥐 농장에 살아요. 여기에 제 친구들이 3000마리 정도 있어요. 경기도 남양주나 여주 등 농가 70여곳에도 10쌍 정도씩 분양 나가 있고요.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던 제가 다시 나타난 건 최 아저씨 덕분이에요. 10년 전 사업에 실패하고 귀농해 농사를 짓던 최 아저씨는 농민 잡지에서 제 이야기를 보고 “부가가치가 높은 저를 대량 번식하면 농가에 돈을 많이 벌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아저씨는 2005년 중국에서 사향쥐 400마리를 어렵게 수입해왔어요. 그런데 오랜 검역 절차를 거치며 300마리 가까운 친구들이 죽었어요, 흑흑…. 고부가가치 동물이라고 중국에서 수출 검역 허가를 내주지 않았거든요. 높은 폐사율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몇 번 더 중국에 가서 우리를 구해왔고, 한국에서 번식에 성공했어요. 2006년 12월, 드디어 아저씨는 사향쥐 1500마리로부터 500g의 천연사향을 채취하는 데 성공하셨죠.

      예전에는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버릴 것이 없다’고 했다죠? 이제는 소 대신 사향쥐를 기억해 주세요. 지난 2006년부터 부산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강한석 교수팀이 농림부 산하 농림기술개발센터(ARPC)의 3년 과제로 저를 연구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 사향으로는 혈전 용해제 등 한약재 원료, 향수와 데오도란트, 보디용품 등 최고급 화장품 원료로 산업화가 가능하다고 해요. 제 분뇨에는 피충(避蟲) 물질이 있어서 파리나 모기를 박멸하는 피충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요. 제 꼬리에 있는 15개 인대는 인간 DNA와 유사해, 현재 가장 비싼 수술 봉합사인 양의 창자를 대체할 수도 있답니다. 중국에서는 제가 고급 식용 고기로 팔린다고 하는데, 먹는 것은 삼가 주시고요. 무엇보다도 향수! 향수의 종주국인 프랑스나 유럽 국가들이 제 사향에 관심이 많대요. 사향쥐 한 마리가 한 번에 4~5g 정도 사향을 내놓는데 이걸 향수용으로 정제하면 중국에서는 원액 1g에 5만원 정도 받고 있대요.

      제 자랑을 너무 많이 했나요? 한국에선 아직 관계 당국에 ‘가축’ 허가를 받지 않아 여러분이 제 진가를 못 느끼실 거예요. 하지만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기 시작할 새해에 제 뉴스를 접하시면 반가워해주시길 희망해요.

      조선일보 독자 여러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찍찍.

      ◀사향쥐는?

      ▲분류: 귀목 비단털쥐과(科) ▲모양: 몸길이-약 35㎝, 꼬리-약 25㎝, 체중-약 2㎏ ▲주요 서식지: 북아메리카·러시아·중국의 강가나 호수 ▲식성: 배추, 홍당무, 나무껍질, 수초 등을 잘 먹음 ▲번식습성: 한 배에 5~8마리 번식. 번식기인 4~9월에 사향 채취 <자료: 부산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

    • 지난 30일 충남 연기군 사향나라 농장에서 뛰노는 사향쥐들의 모습을 담았다. /오종찬 객원기자 ojc197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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